비디오판독도 지나치면 ‘독’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5일 15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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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LG 김진 감독. 사진제공|KBL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LG 김진 감독. 사진제공|KBL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놓고 경쟁 중인 전자랜드와 LG는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정규리그 6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1승이 간절한 팀들의 대결인 만큼 경기 막판까지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거듭됐고, LG가 91-85로 이겼다.

이날 경기의 소요시간은 2시간 9분(오후 7시~9시9분)이었다. 접전이었다고는 하지만, 연장 없이 정규 4쿼터 40분 동안 치러진 경기치고는 상당히 길었다. 경기시간이 늘어진 주된 이유는 잦은 비디오판독 때문이었다. KBL은 경기 도중 판정하기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면,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비디오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각 팀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는 1번뿐이다. 다만 판독 후 판정이 바뀌면 해당 감독에게 1차례 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심판은 해당 판정에 한해 횟수 제한 없이 재량껏 비디오판독을 할 수 있다. 14일 전자랜드-LG전에선 총 7차례에 걸쳐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이 중 대부분이 승부처인 3~4쿼터에 집중됐다. 심판진의 신중함이 엿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심판들이 판정에 대한 확신 없이 비디오판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단 휘슬을 불어놓고 비디오판독 후 판정하는 경우가 너무 잦다. 14일 경기 4쿼터 종료 6분9초 전 LG 최승욱이 전자랜드 김상규의 수비에 밀려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순간, 김태환 부심은 휘슬을 불고 판정 없이 바로 비디오판독을 실시한 뒤에야 백코트 바이얼레이션을 선언했다.

이날 7번의 비디오판독에서 번복된 판정은 단 1회뿐이었다. 대부분이 정심이었다. 심판들이 자신들의 판정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비디오판독이 심판들의 능력부족을 채우는 도구로 변질된 모양새다.

잦은 비디오반독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에게도 경기 흐름을 끊는다는 단점이 있다. 농구는 빠른 전개에 매력이 있는 스포츠다. 과도한 비디오판독은 그 매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이날 심판들의 비디오반독이 2~3분 간격으로 이어지자 4쿼터 중반에는 관중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를 바라본 한 농구인은 “비디오가 심판을 보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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