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리조나] ‘공룡탈 쓴 여우’ 양의지, “구단의 4년 투자…우승이 목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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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양의지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양의지는 새 시즌 30홈런을 목표로 세웠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양의지는 새 시즌 30홈런을 목표로 세웠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곰의 탈을 썼던 여우는 이제 공룡으로 탈을 바꿨다. 과감히 4년을 투자한 구단에 보답하는 길은 단 하나, 우승이다.

지난해까지 양의지(32·NC 다이노스)의 별명은 ‘곰의 탈을 쓴 여우’였다. 큰 덩치에 무심한 듯한 표정은 곰을 연상시키지만, 포수 마스크를 쓰면 여우로 변신해 허를 찌르는 리드로 타자를 현혹하기 때문이다.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상징과도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이번 겨울, 양의지는 공룡으로 탈바꿈했다. 4년 총액 125억 원 계약. 역대 프리에이전트(FA) 중 이대호(롯데 자이언츠·4년 150억 원)에 이은 두 번째 ‘대형 계약’이었다. 순수 KBO리거 중에는 양의지가 최고액이다. NC는 2017년까지 안방을 지킨 김태군의 경찰 야구단 입대로 포수난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해 창단 첫 최하위의 굴욕을 맛봤다. 전에 없던, 당분간 없을 포수 최고 매물에 과감히 투자한 이유다. 18일(한국시간) NC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레이드파크에서 만난 양의지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 “훨씬 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포수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블로킹, 송구 등 포수 훈련을 실시한다. 이어 타격 훈련을 소화한 뒤 투수의 공도 받아야 한다. 선선한 투산의 날씨에도 포수들의 언더셔츠가 매일 땀에 흠뻑 젖는 이유다.

양의지도 마찬가지다. 포수조 최고참으로서 파이팅을 불어넣은 뒤 타격 훈련을 진행한다. 지난해 133경기에서 타율 0.358, 23홈런, 77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썼던 흐름을 반드시 잇겠다는 각오다. 이어 투수들의 공을 받는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전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가 모자라다. 양의지는 “이 시기에는 최대한 많은 투수의 공을 받아야 한다.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매일 젊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18일은 이민호의 불펜피칭 파트너로 나섰다. “어깨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가도 좋은 공이 들어오면 “볼 끝이 살벌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입단 때부터 뛰었던 두산을 떠났지만 새 팀 적응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양의지는 “용덕한 코치님, 이호준 코치님 등 친한 코치님이 많아서 잘 챙겨주신다. 이동욱 감독님도 선수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라며 “아직 적응 중이지만 분위기는 좋다”고 설명했다.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적응을 위해서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그는 “지난해 두산에서도, 올해 NC에서도 모두 (내가) 팀 내 서열 4위다. 지난해는 오재일, 오재원 등 선배들과 대화 비중이 높았다. 지금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중이다. 두산에 있을 때보다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나섰던 NC는 비록 지난해 좌절을 맛보긴 했지만 강팀 DNA는 사라지지 않았다. ‘PS 단골’ 두산에서 잔뼈가 굵은 양의지는 “훈련은 두산과 NC가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할 일을 먼저 찾아서 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다. NC에도 그런 선수들이 많다. 안주하는 선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NC 양의지.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양의지.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4년 투자, 양의지의 보답은 오직 우승

양의지는 지난 시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FA 최대어’인 그의 행선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NC와 계약 직후에도 역대 2위 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양의지 인생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시기다.

“관심 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동기부여가 된다. 자칫 풀어질 수도 있는데,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파이팅도 열심히 넣고 있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PS 단골이던 NC가 지난해 최하위를 했다. 선수들도 느낀 게 많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포수진을 내가 채운다면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4년 총액 125억 원의 투자를 흑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성적을 내야 할까. 양의지가 타격과 투수 리드 모두 욕심내는 것은 당연하다. 2019년 내내 한 차례의 1군 말소도 없이 144경기에 함께하고 싶다는 것 역시 그의 최대 목표다. 양의지는 “구단이 내게 4년치 투자를 했다. 그 기간에 팀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우승이 목표다”며 “5위나 PS 진출은 턱걸이 밖에 안 된다. 팀 성적을 1위까지 올린다면 내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불의의 부상만 피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하다. 지난해 133경기 출장이 양의지의 역대 최다 기록이다. 매번 좋은 흐름을 탈 때면 부상으로 빠져 손해를 봤다. “통계적으로 부상 공백기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돌아본 것도 그래서다.

“올해 30홈런이 목표인데 구장이 커졌다(웃음). 팀 포수진 상황 때문에 더 많은 경기에 나설 것 같다. 여러 모로 쉽지는 않겠지만 30홈런에는 욕심이 난다. 타자로 잘한다고 끝이 아니다. 기사를 보면 젊은 선수들이 나에게 많이 기대하는 것 같다. 그들이 원하는 걸 채워줘야 한다. ‘공격형’과 ‘포수’ 타이틀 모두 지키고 싶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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