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로 떠난 ‘역대 최다’ 신인이 던지는 의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5일 05시 30분


LG 트윈스가 이정용(왼쪽 세 번째)과 정우영(다섯 번째)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각각 동아대, 서울고를 졸업한 신인들이 졸업식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고려해 꽃다발을 건넸다. 올해 KBO리그 1군 스프링캠프는 역대 최다인 35명이 참가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트윈스가 이정용(왼쪽 세 번째)과 정우영(다섯 번째)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각각 동아대, 서울고를 졸업한 신인들이 졸업식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고려해 꽃다발을 건넸다. 올해 KBO리그 1군 스프링캠프는 역대 최다인 35명이 참가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35명. 2019년 1군 스프링캠프에 떠난 ‘순수 신인’의 숫자다. 팀 당 평균 3.5명이 1군 스프링캠프 땅을 밟고 있다.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0·KT 위즈)가 연이어 고졸신인 돌풍을 일으키며 시작된 새로운 흐름이다.

● 35명의 신인, 1군 캠프를 누비다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 신인 이정용(23)과 정우영(19)은 유지현 수석코치, 주장 김현수에게 졸업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이는 정택기 운영팀장의 아이디어였다.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선수단 51명 중 2019년 신인은 이정용과 정우영 둘뿐이다. 한국의 고교·대학교는 현재 한창 졸업식 시즌이다. 시즌 준비로 구슬땀을 흘리느라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준 것이다.

스프링캠프는 한 시즌 농사다. 개막 엔트리 27인을 포함해 한 시즌을 꾸려나갈 40~50명 안팎의 선수단이 캠프에 참여한다.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음에도 시즌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들은 많지만, 캠프 참가 없이 시즌 활약은 쉽지 않다. 사실상 1군 캠프가 곧 그해의 1군 전력을 암시한다.

올해 10개 구단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순수 신인은 총 35명이다. 구단별로 세 명씩은 데려간 셈이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가 6명의 젊은 피를 데려갔다. 롯데 자이언츠(4명),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이상 3명),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이상 2명), NC 다이노스(1명)가 그 뒤를 따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캠프 참가 신인은 2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8개 구단 시절임을 감안해도 많아야 팀당 2명이 전부였다. 수년간 신인을 캠프에 데려가지 않은 구단도 있었다. ‘신인을 완성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즉시 전력감을 발굴해야 하는 1군 캠프보다는 2군에서 담금질하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인의 참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0개 구단 체제인 2015년 30명의 신인이 1군 캠프를 밟았으며, 2016년(22명)~2017년(24명)~2018명(29명)에도 구단별로 2명 이상씩 포함했다. 올해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35명이 참여하게 됐다.

키움 이정후(왼쪽)-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키움 이정후(왼쪽)-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 “정후 형의 길을 따라 걸었을 뿐”

이른바 ‘베이징 키즈’로 불리는 고졸 신인들이 연이어 활약하며 캠프의 문이 신인들에게도 열렸다. 단순히 미래 자원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닌, 당장 1군에서 어느 정도 쏠쏠히 활용할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 첫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4를 기록했다. 신인 최다안타(179개), 득점(111점) 신기록을 썼다. 이듬해 강백호는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1994년 김재현 이후 24년 묵은 고졸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다. 신인 관련 각종 기록이 이정후와 강백호 손에 쓰인 셈이다.

여기에 양창섭(삼성), 곽빈(두산), 한동희(롯데) 등 이들 또래 신인들이 1년차 때부터 1군 자원으로 활약했다. 좋은 선례가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강백호는 “솔직히 신인들이 1군에서 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정후 형이 2017년 활약한 덕에 나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난 그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이라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 오버 워크는 절대 안 돼!

물론 신인의 스프링캠프 참여가 무조건 능사는 아니다. 이제 막 프로에 첫 발을 떼는 신인들은 제대로 눈도장을 받기 위해 무리하기 쉽다. 프로 팀의 훈련 시스템이 처음이기 때문에 적응기 없는 질주는 독이 될 수 있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면 안 가느니만 못한 캠프가 된다. 두산은 스카우트 팀 윤혁 부장을 1군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파견했다.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두산 관계자는 “신인들 입장에서 1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낯설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켜본 스카우트 팀 관계자와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소통한다. 낯선 1군 캠프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오버워크를 방지하는 역할도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2군 대만 캠프에도 스카우트팀 관계자를 파견했다.

미래를 현재로 바꾸는 것은 구단 육성의 생명이다. 하지만 성장이 아닌 당겨쓰기가 된다면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해롭다. 단지 캠프에 신인들을 데려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심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역대 최다 신인이 참가한 올해는 그 관리의 힘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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