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해외파에서 SK 우승 주역 된 정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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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1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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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정영일. 스포츠동아DB
SK 정영일.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정영일(30)의 프로 첫 발걸음은 결코 상쾌하지 않았다. 2007년 진흥고를 졸업한 뒤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계약, 미국 무대를 두드리며 빅리거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머나 먼 타국생활이 결코 쉽지 않았다. 고교시절 혹사의 후유증까지 겹치면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도 받았다. 부상으로 시름하다 결국 2011년에 팀에서 방출됐다. 이후 고양 원더스, 일본 독립리그 등을 거쳐 2014 SK 2차 5라운드 53순위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10년 넘게 버티고 버틴 인고의 세월. 2018년에서야 뒤늦게 빛을 봤다. 특히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바로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다. 시속 150㎞ 안팎의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의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눌렀다.

KS 5경기에 등판해 거둔 성적은 1세이브 6이닝 무실점. 평균자책점이 0이다. 또 다른 숨은 불펜 주역인 김태훈(28)과 함께 사실상의 불펜 핵심 역할을 했다. 특히 12일 KS 6차전에서는 2.1이닝을 소화하며 안타를 단 한 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삼진은 3개를 잡아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김태훈과 함께 정영일이 SK 불펜에서 상당히 큰일을 했다. 위기에 등판해 소방수 역할을 하고, 또 긴 이닝을 던지며 버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의 8년 만의 우승을 이끈 숨은 호투. 스스로 버텨낸 10년에 이어 앞으로의 10년이 더욱 더 기대되는 이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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