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2루를 비운 정근우의 반성 “도취에 젖으면 자만이 생기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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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2루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랜 세월 활동한 정근우(한화 이글스)가 최근 수비 포지션을 변경했다. 1루수 자리가 아직 낯설지만 그의 기량은 포지션 변경과 상관없이 여전하다. 지난 5월 29일 대전 홈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2루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랜 세월 활동한 정근우(한화 이글스)가 최근 수비 포지션을 변경했다. 1루수 자리가 아직 낯설지만 그의 기량은 포지션 변경과 상관없이 여전하다. 지난 5월 29일 대전 홈구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정근우. 스포츠동아DB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야구에서 ‘국가대표 2루수’라는 타이틀은 정근우(36·한화 이글스)의 몫이었다.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한화의 2루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 그의 포지션은 1루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정근우는 12일까지 80경기에서 타율 0.286, 9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후반기 31경기에서는 타율 0.302, 6홈런, 24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그를 만나 자책과 반성, 그리고 책임감을 들어봤다.

● ‘1루수 정근우’의 반성과 자책

-많은 이들에게 ‘1루수 정근우’는 여전히 어색하다. 세계 최단신 1루수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그림이 괜찮다’고 칭찬일색이다.


“1루라고 특별한 느낌이 있지는 않다. 위치가 어디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만 시즌 초반 2루수로 실수가 많아 팀에 피해를 끼친 것이 미안하고,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을 뿐이다.”

-실책 연발로 1군 말소를 경험했고, 결국 1루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나를 납득하지 못했다. 한 자리에만 머물다보니 ‘2루는 내가 맡아야 돼’, ‘여기는 나 없으면 안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했다. 다시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남은 야구인생을 위해서라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 시즌에 앞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맞다. 거기에 한용덕 감독님이 새로 오시면서 보탬이 되겠다는 의욕이 앞섰다. 다시 생각해도 죄송한 시간들이다.”

한화 정근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화 정근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정근우의 바람, ‘2019 한화가 더 강해지길’

정근우와 우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프로 3년차였던 SK 와이번스 시절 첫 우승을 시작으로 프로에서 세 번, 국가대표에서 세 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자카르타-팔렘방AG는 한국야구 황금세대인 1982년생 동기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가 모두 빠진 첫 성인 국제대회였다.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국가대표로 많은 것을 이뤘다. 부상 걱정 없이 승리에 대한 일념으로 좋은 결과를 이뤘을 때 쾌감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 나와 내 동기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런 만큼 더욱 간절하게 후배들을 응원했다.”

-프로 초창기부터 우승이 익숙했다. 흔히 말하는 ‘큰 경기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스포츠에는 늘 승자와 패자가 공존한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은 승패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패하더라도 배운다. 찬스에서, 반대로 위기에서 선수들 스스로가 깨닫는 게 있다. ‘다음에는 이런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겠다’고 느끼는, 일종의 모멘텀이다. 이건 선배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와 닿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대화를 걸어야 느끼는 부분이다. 그게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한화는 11년만의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다. 방금 얘기를 들으니, 이듬해부터의 한화는 몇 단계 더 성장할 것 같다.

“맞다. 확신한다. 후배들이 올해 ‘보너스 게임’을 즐겼으면 좋겠다. 2019년 한화를 강하게 만들 재료가 될 것이다.”

-아직 ‘정근우의 마지막’을 언급하기에는 이른 시점 같다.

“그런가?(웃음) 지금까지 이룬 것에 도취하면 자만하게 된다. 올해 초 내가 그랬다. 앞으로 이룰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뭘 이룰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걸 찾는 모험을 이어가고 싶다.”

청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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