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코치로 시작 박치왕 감독 “상무야구단 25년째, 이젠 관상가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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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하는 선수들 모습 보면 팀 돌아간 뒤 위상 보여요”

해마다 이맘때면 상무 야구단 박치왕 감독(49·사진)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양복을 차려입는다. 경북 문경에 있는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하는 선수들을 배웅하기 위해서다. 코치로 부임한 1994년부터 25년째 상무 선수들을 프로 무대로 돌려보내고 있다. 감독이 된 건 2011년.

상무 야구단은 올해 51승 35패 10무(승률 0.593)로 7년 연속 퓨처스 남부리그 정상을 지켰다.

11일에도 투수 아홉에 야수 아홉, 총 18명이 전역 신고와 함께 그의 품을 떠났다. 강동연 윤명준 허준혁 최용제(이상 두산), 이준영 전상현 황대인(이상 KIA), 김민혁 김민수 문상철(이상 KT), 송창현 장운호(이상 한화), 강민국 최승민(이상 NC), 박민호 조영우(이상 SK), 김준태(롯데), 박계범(삼성) 등이다. 아들 군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그는 반대로 선수들을 제대시키며 느낀다. ‘다들 돌아가서 잘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안 들 수 없다.

최근에는 무명으로 상무에 입대했다 제대 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선수가 여럿 된다. 유희관 구자욱 등 ‘신인왕’도 나왔고, 박병호 한동민 같은 상무 홈런왕들이 1군에서도 거포로 활약했다. ‘제대할 땐 1군으로 나간다’는 인식 속에 상무의 인기도 높아졌다. 상무 선수들도 출전하는 퓨처스 올스타전 때마다 진짜 ‘올스타’가 돼 해후하게 되는 제자도 수두룩하다.

박 감독이 상무에서 2년 가까이 함께 지내다 내보낸 선수만 400명이 넘다 보니 이젠 얼굴만 봐도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다.

“관상도 좀 봐요. 입대하면 ‘제대할 쯤에는 어떻게 되겠다’가 보이더라고요. 선수들을 늘 관찰하거든요, 걸음걸이부터.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면 ‘왜 저럴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 속에 답이 있더라고요. 대체로 다 파악이 돼요. 예외라면 유희관 정도? 속을 알 수 없는….(웃음)”

박 감독은 ‘군대 가면 철든다’는 얘기를 강조한다. 그는 “야구도 중요하지만 인성, 사람 됨됨이가 성숙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양보할 줄도 알고, 힘든 것 인내할 줄도 알고 자기가 한 말에 상대가 상처 입는지 아닌지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해요. 돌아가서 스타가 되는 것보다 이런 쪽에서 더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어떤 팬이 ‘하주석이 군 제대 후 볼 때마다 인사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 들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상무 야구단#박치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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