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드래프트의 암시, ‘무늬만 타고투저’는 더 강해진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2일 05시 30분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1라운드에 뽑힌 10명 중 행사에 참여한 8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1라운드 지명자 10명 중 투수는 6명밖에 되지 않았다. 프로야구 타고투저의 흐름은 날로 강해지는데 아마추어 무대에도 쓸만한 투수가 없다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9 KBO 신인드래프트가 지난 1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1라운드에 뽑힌 10명 중 행사에 참여한 8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1라운드 지명자 10명 중 투수는 6명밖에 되지 않았다. 프로야구 타고투저의 흐름은 날로 강해지는데 아마추어 무대에도 쓸만한 투수가 없다는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리그 투수들은 기형적 타고투저로 신음하고 있다. 타자들은 국내리그 만큼은 ‘삼국지’ 의 맹장 여포처럼 투수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국제대회에 나가면 순한 양이 된 것처럼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무늬만 타고투저’라는 조롱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쓸만한 투수가 없다’는 고민이 현실로 드러났다.

10일 열린 ‘2019 KBO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10명 중 투수는 6명이었다. 절반 이상이지만 예년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당장 지난해만 살펴보더라도 10명의 1라운드 지명자 중 8명이 투수였다. 10구단 체제에서 1라운드에 투수 6명이 뽑힌 것은 2016신인드래프트와 더불어 가장 적다.

면면을 살펴보면 아마추어의 투수 기근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가 이대은(29)을 뽑았고, 4순위 넥센 히어로즈는 윤정현(25)을 지명했다. 고졸은 물론 대졸신인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해외 유턴파 출신이다. 사실상 ‘새 얼굴’의 투수는 4명에 불과했던 셈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5라운드에서야 투수를 지명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4명의 투수를 지명하며 ‘야수 선호’에 앞장섰다.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담당 매니저는 “1라운드에 뽑은 고승민은 노시환-김창평과 더불어 최고의 내야수로 꼽히는 선수다. 반면 투수 쪽에는 앞선 2년간 지명한 윤성빈(2017년 1차)-이승헌(2018년 2차 1라운드)을 넘는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 (투수팜은) 전년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한화 역시 야수 선호가 뚜렷하게 드러난 팀이다. 한화는 1차지명에서 북일고등학교 내야수 변우혁을 지명했다. 이어 2차 1라운드에서 노시환, 2라운드에서 유장혁을 뽑았다. 상위 세 명의 지명자가 모두 야수인 것. 한화가 1차지명과 2차 1~2라운드 모두 야수를 뽑은 것은 1996신인드래프트 이후 무려 23년만의 일이다.

한화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내야수 노시환과 외야수 유장혁에 대한 기대가 확실하다. 변우혁까지 셋 중 두 명은 이듬해 1군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제한 뒤 “해외 유턴파인 이대은과 윤정현을 제외하면 투수 가운데 즉시전력감이 없었다.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이었고,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 상위 지명권 대부분을 야수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타고투저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시각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유야 달라도 투수들이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거기에 아마추어 무대에는 쓸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타고투저의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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