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고독한 황태자’ 계보, 이번엔 이대호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4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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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이대호.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의 전설적 에이스 윤학길(현 한화 육성총괄코치)은 KBO 통산 100경기 완투라는 불멸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74번이 완투 승리였다. 윤학길이 커리어 117승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완투능력의 탁월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윤학길의 애칭은 ‘고독한 황태자’였다. 야구란 종목이 그럴 순 없겠지만 투수 한 사람의 힘으로 승리를 얻어내는 듯한 찬사와 안쓰러움이 수식어에 배어있다.

그리고 2018년, 포지션은 달라도 그때의 윤학길처럼 한 명의 선수가 롯데를 떠받치는 듯하다.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36)다. 23일까지 이대호는 타율 0.388 7홈런 2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130에 달한다.

규정타석에 들어간 롯데 타자들 중 타율을 비롯해 안타(33개), 홈런(7개), 타점(21점), 장타율(0.671), 출루율(0.459) 등 6개 부문 1위다. 여러 지표에서 팀 내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대호의 4월 페이스다. 3월에 이대호는 타율이 0.214에 머물렀다. 홈런은 1개였고, 타점은 3점이 전부였다. OPS는 0.562에 불과했다. 롯데가 3월24일 개막전 이후 7연패를 당한 치명적 원인이기도 했다.

그랬던 이대호가 4월 타율만 떼어내면 0.474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OPS는 1.393이다. 특히 4월13일 광주 KIA전부터 최근 7경기만 따로 보면 타율 0.704 6홈런 16타점 OPS는 2.202라는 만화 같은 성적이 찍혀 나온다. 한마디로 뭘 던져도 쳐내는 타자였다. 이대호가 워낙 잘 치니 롯데의 나머지 야수들의 타격감이 그리 나쁘지 않아도 졸지에 ‘여덟 난쟁이’ 시절로 회귀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대호가 아무리 잘 쳐도 롯데는 탈꼴찌를 못하고 있다. 나머지 타자들의 출루, 해결 능력이 없는 한, 이대호 혼자로서는 다득점에 한계가 있다. 또 롯데의 투수력은 이대호도 어찌할 수 없다. 롯데는 외국인투수 펠릭스 듀브론트(4패)와 브룩스 레일리(3패)가 1승도 얻지 못하고 있다. 23일까지 롯데에서 선발로 나선 투수 중 승리를 경험한 투수는 윤성빈의 1승이 유일하다. 김원중, 송승준, 노경은 등도 승리 경험이 아직 없다.

이대호는 4할 타율에 도전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러나 ‘고독한’ 이대호만으로는 한계가 깊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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