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왜 ‘없는 살림’에 번즈를 2군에 보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1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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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번즈.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외국인타자 앤디 번즈(28)는 17일 사직 삼성전 직후 2군행을 통보 받았다. 이날 번즈는 5타수 무안타를 2삼진을 기록했다. 진짜 문제는 무안타도, 2삼진도 아니었다. 삼진을 당하지 않은 3타석에서 번즈는 모조리 초구를 쳤다. 모두 주자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흐름이 끊겼고, 맥이 풀렸다. 번즈의 초구 타율은 10타수 4안타였다. 이 중 3안타가 2루타였다. 번즈의 시즌 타율이 0.232인 점을 고려하면 초구 공략은 일견 꽤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초구 공략은 양날의 검이다. 번즈처럼 찬스에서 번번이 초구를 건드려 아웃되면 팀이 받을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가뜩이나 최하위로 처진 롯데는 1승 1승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롯데에서 가장 문제 삼은 부분도 번즈의 ‘조급증’이라 할 수 있다. 팀이 처한 상황을 생각에 넣지 않고, 타격감이 좋지도 못함에도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강한 나머지, 성급하게 방망이가 나가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2군행의 뜻이 담겨있다.

게다가 번즈에게 기대한 또 하나의 장점인 수비마저 부실했다. 내야진이 취약한 롯데는 번즈가 2루수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장타자가 아닌 번즈가 수비마저 안정감을 주지 못하자 더 이상 1군에 남아있을 필연성이 사라졌다.

수비를 잘하고, 2루타를 잘 치는 야수로서 롯데는 번즈와의 재계약을 큰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러나 하위타선이 약한 롯데의 실정에서 6~7번에 위치하는 번즈가 해결사 능력은커녕, 평정심을 찾지 못하는 한, 롯데가 반등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 69타수에서 23삼진을 당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항상 외국인선수의 지분이 컸던 롯데가 2018시즌 초반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서 곤혹스럽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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