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윤규진의 “15승” 선언은 ‘가을야구’ 향한 간절함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12일 05시 30분


코멘트
한화 윤규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윤규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우투수 윤규진(34)의 2018시즌 목표는 15승이다. 야구에서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15승 투수의 가치는 실로 엄청나다. 팀은 물론이고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표다. 투수들이 시즌 목표를 전할 때 15승이란 수치를 쉽게 언급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규진은 2003년 한화에 입단한 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꾸준히 핵심 투수로 활약했지만, 아직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 시즌 최다승은 2017시즌 기록한 8승이다. 그러다 보니 윤규진의 15승 선언이 ‘무리한 도전’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게다가 2010시즌 16승을 기록한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한화에 15승 투수는 없었다. 그래서 윤규진에게 직접 물었다. “15승을 목표로 내건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그 목표는 아직도 유효한가.” 이에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단어는 책임감이었다. 여기에는 한화가 2008시즌부터 10시즌 동안 단 한 번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담겨있었다.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내가 10승 이상은 해야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15승을 목표로 내건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인데, 그게 이뤄진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일부러라도 15승을 더 강조한다. 그렇게 말하다 보면 이뤄지지 않겠나.” 윤규진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있었다.

한화 윤규진. 스포츠동아DB
한화 윤규진. 스포츠동아DB

윤규진은 최근 3시즌(2015~2017시즌) 동안 매년 선발(총 34경기)과 구원(83경기)을 오갔다. 팀 사정에 따라 보직도 유동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풀타임 선발투수가 그의 역할이다. 한화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자리이다 보니 베테랑인 윤규진의 책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2017시즌 중반부터 “선발투수로 살아남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12월부터 일찌감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여장을 풀고 훈련에 열중한 것도 그래서다.

윤규진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의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직구 최고구속이 150㎞를 넘는데다 변화구의 낙폭도 크다. 다양한 피칭메뉴는 선발투수 정착을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다. 윤규진은 이 조건을 갖췄다. 기존의 강력한 직구 구위가 뒷받침되면 위력은 배가된다. 2016시즌을 앞두고 웃자란 어깨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떨어진 구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떨어진 구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 과정을 모두 공개하긴 어렵지만, 두 달 가까이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며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