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우정·편견이 뒤얽힌 KBO 외인 국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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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왕웨이중은 KBO리그 최초 대만 출신 외국인선수다. 2017시즌까지 외국인선수를 미국 출신으로만 꾸렸던 NC가 왕웨이중을 선택하며 ‘국적의 벽’을 깨트린 것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2018시즌 NC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왕웨이중은 KBO리그 최초 대만 출신 외국인선수다. 2017시즌까지 외국인선수를 미국 출신으로만 꾸렸던 NC가 왕웨이중을 선택하며 ‘국적의 벽’을 깨트린 것도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네덜란드. 캐나다, 베네수엘라, 쿠바 그리고 대만’

2018년 KBO리그에서 뛸 외국인선수의 국적(28일 기준)이다. 모두 미국에서 야구를 했지만 각각 국적은 7개 나라로 다르다.

NC는 밀워키에서 뛰었던 왕웨이중(26)과 계약하며 KBO역사상 사상 처음으로 대만 선수와 함께 하게 됐다.

1998시즌 KBO리그에서 처음 선보인 외국인 선수는 지난해까지 총 346명이 뛰었다. 미국인이 227명으로 가장 많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64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왕웨이중 이전까지 아시아 국적은 일본 6명이 전부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3년 1군에 데뷔한 NC가 지난해까지 계약한 외국인 선수는 모두 미국국적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투수는 모두 백인이었다. 2013년 첫 시즌 영입한 3명의 투수 해커, 찰리, 아담는 모두 미국국적이자 백인이었다. 2014년 계약한 웨버도 미국국적에 백인, 2015년 교체 투입돼 2016년까지 던진 스튜어트도 역시 백인에 미국국적이었다. 2017년 던진 맨쉽도 마찬가지다.

NC는 공개적으로는 “우연일 뿐”이라고 하지만 전략적인 판단이 분명 존재했다. 한 구단 실무 관계자는 “편견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를 선택할 때 국적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외국인선수끼리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도미니카 선수들은 많은 숫자의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절박하면서 정열적이다. 긍정적이지만 낙천적인 성향이 도를 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미국 선수들은 책임감이 강하지만 그만큼 자부심 혹은 콧대가 높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각 구단은 선수의 기량이 우선순위지만 개인의 성격과 성향도 함께 고려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진행한다. 외국인 선수간의 관계가 험악해 질 경우 팀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지난해 한화처럼 같은 국적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전 KIA 로페즈-구톰슨(오른쪽). 스포츠동아DB
전 KIA 로페즈-구톰슨(오른쪽). 스포츠동아DB

2009년 KIA에서 함께 뛰었던 로페즈와 구톰슨은 각각 흑인과 백인, 도미니카공화국과 미국으로 국적이 달랐지만 처음에 잘 어울렸다. 그러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로페즈, 자유분방한 구톰슨 사이에는 금세 벽이 생겼다. 인종과 관련된 구톰슨의 위험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결국 시즌 종료 직후 KIA는 우승멤버였던 구톰슨과 결별했고 에이스 로페즈와 같은 국적의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다.

2000년 삼성에서 뛰었던 스미스는 경기에서 패한 날에도 자신의 타격 성적이 좋으면 싱글벙글이었지만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대 선배’ 프랑코가 나타나면 꼼작도 못했다. 백인에 미국국적이었던 스미스는 국내 선수 앞에서 도미니카공화국 국적에 흑인이었던 프랑코의 피부색과 관련된 흉을 보다가 한국 고참 선수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전 삼성 프랑코.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전 삼성 프랑코.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국적, 인종과 함께 언어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2014년 두산은 빅리거 출신 마야(쿠바 국적)를 영입했다. 마야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뛰었지만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멕시코 국적의 칸투가 구단 통역과 영어로 대화한 뒤 스페인어로 마야에게 통역하는 진기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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