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쐐기 스리런… ‘괴력 김재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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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대패에 더욱 이 악문듯… 배팅볼 휘두르는 족족 담장 넘겨

“재환이 연습 배팅 하는 거 한번 보세요. 걔한테는 잠실이 작아요.”

두산 민병헌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고자질이라도 하듯 이렇게 말했다. 잠실을 안방으로 쓴 지 11년이 된 베테랑 외야수지만 그 역시 다른 구장이면 담장을 넘길 잘 맞은 타구가 잠실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면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하던 때였다. 잠실에서만 20홈런을 친 김재환(사진) 얘기가 나오자 민병헌은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배팅 케이지에 들어간 김재환을 지켜보고 있으니 민병헌의 앓는 소리가 과장이 아니구나 싶었다. 배팅볼은 그의 방망이에 닿는 족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외야석으로 통통 떨어졌다. 휘두를 때마다 홈런이었다. 전날 NC 4번 타자 스크럭스의 만루 홈런에 팀이 대패한 터라 더욱 절치부심한 듯 김재환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았다.

실전에서 그의 한 방은 결정적인 때마다 나와 더 무서웠다. 1회 박건우의 솔로 홈런 다음에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은 상대 선발 투수 이재학과 풀카운트 싸움 끝에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3회 2사 1, 3루 찬스에서는 달랐다. 김재환은 이재학의 세 번째 빠른 공을 잡아당겨 오른 담장을 넘어가며 승부를 원점(4-4)으로 만드는 스리런 포를 쏘아 올렸다.

선두 타자로 나온 6회에도 김재환은 바뀐 투수 구창모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 최주환 만루 홈런의 출발점이 됐다. 타자 일순 후 6회 2사 1, 2루 찬스에서는 또 한번 괴력을 발휘했다. 시속 148km 투심패스트볼을 당겨 오른 담장을 넘긴 그의 또 다른 3점포는 NC 철벽 불펜의 핵인 원종현마저 강판시켰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야구#가을야구#플레이오프#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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