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김준완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영웅이 됐다.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1번타자 몫을 충분히 해냈지만, 그가 빛났던 것은 가을야구 역사에 남을 역대급 수비였다.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김준완은 2-4로 뒤진 4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민병헌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2루타성 타구를 온몸을 날려 잡아냈다. 4회말에만 3점을 내준 상황에서 이 타구가 뒤로 빠졌다면 승부의 흐름이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어갈 뻔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 호수비는 앞으로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지기 힘든 장면이 될 듯하다.
NC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승리 원동력에 대해 “김준완의 슈퍼캐치다”면서 “막는 것과 뚫리는 것은 차이가 컸다.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준 덕분에 (5회) 스크럭스의 만루홈런까지 이어졌다. 면밀히 따지면 김준완이 수훈선수다”고 평가했다.
가을야구에서는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갈라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호수비 하나로 승부의 흐름이 종종 바뀌기도 한다. 올해 PO 1차전에서 보여준 김준완의 ‘더 캐치(The Catch)’를 보고 9년 전 ‘가을동화’ SK 조동화의 호수비를 떠올린 팬들도 많을 것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3승1패로 앞선 SK는 5차전에서도 두산에 2-0 리드를 잡고 나갔다. 두산의 8회말 공격. 무사 1·2루서 두산 홍성흔은 SK 구원투수 윤길현을 상대로 잠실구장 가장 깊은 좌중간을 향해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좌중간을 갈라 동점이 될 만한 타구였다. SK 좌익수 박재상과 중견수 조동화가 교차하는 순간에 마술처럼 타구가 사라졌다. 타구는 20m 이상 전력질주해 슬라이딩한 조동화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미 1루를 돈 홍성흔이나 이를 지켜본 두산 선수들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조동화는 두산의 반격 가능성을 지워버렸고, SK는 그대로 2-0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똑 같은 좌중간 코스, 승부의 흐름을 차단한 중견수의 환상적인 슈퍼 캐치. 9년 전 두산 사령탑으로 조동화의 ‘더 캐치’로 가슴을 쳤던 김경문 감독은 올 가을엔 김준완의 ‘더 캐치’로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참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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