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동화의 ‘더 캐치’, 그리고 2017년 김준완의 ‘더 캐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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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온 NC 김준완의 환상캐치는 한국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이와 비슷한 명장면은 또 있었다. SK 조동화(왼쪽에서 네번째)가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보인 다이빙캐치가 바로 그것이다. 스포츠동아 DB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온 NC 김준완의 환상캐치는 한국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이와 비슷한 명장면은 또 있었다. SK 조동화(왼쪽에서 네번째)가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보인 다이빙캐치가 바로 그것이다. 스포츠동아 DB
NC 김준완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영웅이 됐다.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 2득점으로 1번타자 몫을 충분히 해냈지만, 그가 빛났던 것은 가을야구 역사에 남을 역대급 수비였다.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김준완은 2-4로 뒤진 4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민병헌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2루타성 타구를 온몸을 날려 잡아냈다. 4회말에만 3점을 내준 상황에서 이 타구가 뒤로 빠졌다면 승부의 흐름이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어갈 뻔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 호수비는 앞으로 팬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지기 힘든 장면이 될 듯하다.

NC 김경문 감독도 경기 후 승리 원동력에 대해 “김준완의 슈퍼캐치다”면서 “막는 것과 뚫리는 것은 차이가 컸다.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준 덕분에 (5회) 스크럭스의 만루홈런까지 이어졌다. 면밀히 따지면 김준완이 수훈선수다”고 평가했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3루 NC 김준완이 두산 민병헌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은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 1,3루 NC 김준완이 두산 민병헌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은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을야구에서는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갈라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호수비 하나로 승부의 흐름이 종종 바뀌기도 한다. 올해 PO 1차전에서 보여준 김준완의 ‘더 캐치(The Catch)’를 보고 9년 전 ‘가을동화’ SK 조동화의 호수비를 떠올린 팬들도 많을 것이다.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3승1패로 앞선 SK는 5차전에서도 두산에 2-0 리드를 잡고 나갔다. 두산의 8회말 공격. 무사 1·2루서 두산 홍성흔은 SK 구원투수 윤길현을 상대로 잠실구장 가장 깊은 좌중간을 향해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좌중간을 갈라 동점이 될 만한 타구였다. SK 좌익수 박재상과 중견수 조동화가 교차하는 순간에 마술처럼 타구가 사라졌다. 타구는 20m 이상 전력질주해 슬라이딩한 조동화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미 1루를 돈 홍성흔이나 이를 지켜본 두산 선수들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조동화는 두산의 반격 가능성을 지워버렸고, SK는 그대로 2-0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다.

똑 같은 좌중간 코스, 승부의 흐름을 차단한 중견수의 환상적인 슈퍼 캐치. 9년 전 두산 사령탑으로 조동화의 ‘더 캐치’로 가슴을 쳤던 김경문 감독은 올 가을엔 김준완의 ‘더 캐치’로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참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계절이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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