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공략집 찾던’ 소심男 노진혁, 인생경기로 활짝 웃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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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MVP 노진혁.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MVP 노진혁.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투수들 공략집은 없습니까?”

NC 노진혁(28)은 팀이 1군에 진입한 첫 해(2013년), 5월 2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노진혁은 수비와 주루에 일가견이 있었지만, 타격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들에게 ‘투수 공략집’을 찾을 정도로 한 때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잘 맞지 않을 때 (다른 선수들은) 오히려 더 치려고 하지만, 나는 수비를 통해 그 스트레스를 푼다”던 그는 경기 전 2루와 3루 위치에서도 펑고를 받다가 “네 자리(유격수)로 돌아가라”는 김경문 감독의 불호령을 듣기도 했다.

2015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를 마친 뒤 입대했던 노진혁은 지난 9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하자마자 1군에 합류했고, 지금은 당당히 생애 두 번째 포스트시즌(PS)을 경험하고 있다.

노진혁은 ‘노검사’로 불렸다. 안경을 착용한 그의 모습을 보고 팬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뒤로는 안경을 쓰지 않지만, 데뷔 초의 순수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상무 전역 후 한층 남자다워진 이미지로 돌아왔다. 목소리에는 힘이 넘치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입대 전과 비교해 야구를 보는 시야와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소심했고, 보는 눈도 작았다면 지금은 나름대로 여유가 생겼다. 상무에서 고참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후배들을 대해야 할지도 배웠다. 다소 까불거렸는데, 이제 더 진지해져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1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 NC 노진혁이 우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 NC 노진혁이 우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아 홈인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당연히 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더 커졌다. “가만히 있으면 허리가 아프더라. 움직이고 싶다는 본능이 강하다.” 훈련 때 앞장서서 파이팅을 불어넣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노진혁의 몫이다.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그는 “타격에 자신이 없었는데, 상무에서 느낀 것이 많았다. 박치왕 상무 감독님께 특별지도를 받은 뒤로는 이상할 정도로 잘 되더라. 어려웠던 변화구에 대처하는 요령도 생겼다”고 밝혔다.

노진혁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11일 롯데와 준PO 3차전에서 3-2로 앞선 3회초 대수비로 투입된 뒤 3회말 곧바로 2점홈런을 터트린 장면은 그의 변화를 보여준 한 단면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5회와 7회 우전안타, 8회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멀티홈런은 커녕 정규시즌 통산 홈런이 단 4개뿐이었던 그가 PS라는 큰 무대에서 4타수 4안타 3타점 4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6 승리에 일조했고, 4안타(2홈런) 3타점으로 이날 데일리 MVP까지 수상했다. 경기 흐름을 읽고, 과감히 그를 투입한 김경문 감독의 뚝심있는 기용에 ‘인생경기’로 응답했다. NC 팬들은 목청껏 노진혁의 응원가를 부르며 축하를 보냈다.

과연 두 번째 가을야구는 노진혁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경기 전, “어떻게 보면 나는 가을야구를 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것이다”며 “다른 생각은 없다. 내 장기인 수비만 잘하면 된다. 수비에서 도움이 되고자 엔트리에 등록된 것이다. 공격으로 만들어내는 포인트는 덤이라고 생각한다. 내 역할에 100% 이상 쏟아 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는데, 굳은 다짐은 수비 뿐만 아니라 빼어난 공격력으로도 이어졌다. 노진혁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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