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와 함께하는 사람들] ‘부산의 목소리’ 이성득&최효석 인터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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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득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은 롯데의 전 경기를 커버하며 ‘부산의 목소리’로 불린다. 롯데의, 롯데를 위한, 롯데에 의한 해설로 부산 야구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성득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은 롯데의 전 경기를 커버하며 ‘부산의 목소리’로 불린다. 롯데의, 롯데를 위한, 롯데에 의한 해설로 부산 야구팬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마산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우리는 이것만 듣심니더.”

‘구도’ 부산에서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 택시를 타면 라디오를 통해 중계를 듣고 있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지만 택시기사들은 라디오 주파수에만 귀를 기울인다. 지역 연고팀 롯데를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내뱉고 있는 두 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과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은 롯데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인물들이다. 둘은 비록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나란히 롯데의 한 시즌을 통째로 따라다니면서 생생한 현장소식과 중계방송을 하는 라디오 해설위원들이다.

두 위원에게 올해는 유난히 특별한 시즌이다. 롯데가 2012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144경기 보다 더 많은 경기를 중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1982년 롯데에 입단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1998년부터 방송해설을 시작했다. 1999년 플레이오프(PO)에서 열린 펠릭스 호세(전 롯데)의 관중석 배트 투척 사건을 중계한 것도 이 위원이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롯데의 증인’이다.

최 위원은 흔히 말하는 ‘성공한 덕후’의 대표적 인물이다. 롯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다 2011년부터 라디오 해설을 시작했는데, 시원한 입담과 야구인 출신 전문가 못지않은 정확한 분석력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성득 부산경남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SPORTS 해설위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성득 부산경남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SPORTS 해설위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한평생 롯데맨’ 이성득 KNN 해설위원

이 위원은 선수, 코치,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롯데와 35년이 넘는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선수로서 자신이 경험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팬들에게 야구장 안팎의 자세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 했던가. 당연히 이 위원의 해설은 롯데의 승리를 바라는 ‘편파 해설’이다. 청취자들 또한 이에 반해 이 위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상황이 특별하다. 롯데가 같은 경남 연고의 NC와 준PO를 치르는 이유로 ‘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사실 정규시즌에는 9대1정도로 편파 해설을 한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이번 준PO 맞상대는 경남지역 연고팀인 NC다. 6대 4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방송을 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이 위원은 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롯데의 약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 잘 풀리면 와일드카드결정전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대호, 손승락 등 베테랑들이 너무 큰 역할을 해줬다. 또 조쉬 린드블럼의 합류로 선발진 전력이 급상승했다. 개인적으로 1999년의 롯데가 이제까지 가장 강하다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롯데가 분명 더 강한 느낌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성득 부산경남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SPORTS 해설위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성득 부산경남 KNN 해설위원(왼쪽)과 최효석 부산MBC SPORTS 해설위원.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성공한 덕후’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

최 위원은 라디오 중계에 특히 최적화된 인물이다. 라디오는 TV 중계와 달리 순간의 상황까지 자세하게 음성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최 위원은 상황을 알아듣기 쉽게 팬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실 TV와 달리 라디오는 2초만 음성이 비어도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결정적인 상황에서 너무 흥분을 하면 자세한 상황을 전하지 못할 수 있다. 해설의 70% 이상을 청취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 쓰고 있다. 듣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오래 하다보니 큰 틀에서는 이 위원님과 차이가 크지 않더라. 다만 나는 팬들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위원님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시는 차이가 있다. 경기 후에는 항상 둘이 함께 복기를 한다”고 했다.

최 위원은 팬의 입장에서 먼저 롯데의 야구를 접했다. 롯데의 가을야구를 응원하는 마음은 롯데 출신인 이 위원 못지않다. 최 위원은 “롯데의 가을야구가 어디까지 갈 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가 없다. 다만 최대한 멀리 봐서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해설을 시작한 후 단 한번도 롯데의 한국시리즈 중계를 하지 못했다. 그 벅찬 감동을 롯데 팬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 울분을 주체 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을 현장에서 느끼고, 또 그 소식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 덕분에 겪은 에피소드 또한 특별하다. 중계 도중 팬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자 이 위원이 “팬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럽다”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경기장에서 중계를 듣고 있던 팬들이 10분 뒤 중계석을 찾아와 맥주를 선물한 것이다. 이 위원은 “방송 중에는 술을 절대 마실 수 없다고 말하면서 팬들의 선물을 정중히 사양했다. 거절하느라 아주 혼이 났다”면서 팬과의 즐거웠던 일화를 공개했다.

마산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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