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부산에서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 택시를 타면 라디오를 통해 중계를 듣고 있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로 야구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지만 택시기사들은 라디오 주파수에만 귀를 기울인다. 지역 연고팀 롯데를 위해 쉴 새 없이 말을 내뱉고 있는 두 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이성득 KNN 해설위원과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은 롯데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인물들이다. 둘은 비록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나란히 롯데의 한 시즌을 통째로 따라다니면서 생생한 현장소식과 중계방송을 하는 라디오 해설위원들이다.
두 위원에게 올해는 유난히 특별한 시즌이다. 롯데가 2012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144경기 보다 더 많은 경기를 중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1982년 롯데에 입단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 1998년부터 방송해설을 시작했다. 1999년 플레이오프(PO)에서 열린 펠릭스 호세(전 롯데)의 관중석 배트 투척 사건을 중계한 것도 이 위원이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롯데의 증인’이다.
최 위원은 흔히 말하는 ‘성공한 덕후’의 대표적 인물이다. 롯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다 2011년부터 라디오 해설을 시작했는데, 시원한 입담과 야구인 출신 전문가 못지않은 정확한 분석력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 ‘한평생 롯데맨’ 이성득 KNN 해설위원
이 위원은 선수, 코치, 그리고 해설위원으로 롯데와 35년이 넘는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선수로서 자신이 경험했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팬들에게 야구장 안팎의 자세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가재는 게 편이라 했던가. 당연히 이 위원의 해설은 롯데의 승리를 바라는 ‘편파 해설’이다. 청취자들 또한 이에 반해 이 위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상황이 특별하다. 롯데가 같은 경남 연고의 NC와 준PO를 치르는 이유로 ‘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사실 정규시즌에는 9대1정도로 편파 해설을 한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이번 준PO 맞상대는 경남지역 연고팀인 NC다. 6대 4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방송을 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이 위원은 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롯데의 약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정말 잘 풀리면 와일드카드결정전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대호, 손승락 등 베테랑들이 너무 큰 역할을 해줬다. 또 조쉬 린드블럼의 합류로 선발진 전력이 급상승했다. 개인적으로 1999년의 롯데가 이제까지 가장 강하다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금 롯데가 분명 더 강한 느낌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 ‘성공한 덕후’ 최효석 부산MBC 해설위원
최 위원은 라디오 중계에 특히 최적화된 인물이다. 라디오는 TV 중계와 달리 순간의 상황까지 자세하게 음성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최 위원은 상황을 알아듣기 쉽게 팬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실 TV와 달리 라디오는 2초만 음성이 비어도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결정적인 상황에서 너무 흥분을 하면 자세한 상황을 전하지 못할 수 있다. 해설의 70% 이상을 청취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 쓰고 있다. 듣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오래 하다보니 큰 틀에서는 이 위원님과 차이가 크지 않더라. 다만 나는 팬들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위원님은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시는 차이가 있다. 경기 후에는 항상 둘이 함께 복기를 한다”고 했다.
최 위원은 팬의 입장에서 먼저 롯데의 야구를 접했다. 롯데의 가을야구를 응원하는 마음은 롯데 출신인 이 위원 못지않다. 최 위원은 “롯데의 가을야구가 어디까지 갈 지는 섣불리 예상할 수가 없다. 다만 최대한 멀리 봐서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해설을 시작한 후 단 한번도 롯데의 한국시리즈 중계를 하지 못했다. 그 벅찬 감동을 롯데 팬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 울분을 주체 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을 현장에서 느끼고, 또 그 소식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 덕분에 겪은 에피소드 또한 특별하다. 중계 도중 팬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자 이 위원이 “팬들이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럽다”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경기장에서 중계를 듣고 있던 팬들이 10분 뒤 중계석을 찾아와 맥주를 선물한 것이다. 이 위원은 “방송 중에는 술을 절대 마실 수 없다고 말하면서 팬들의 선물을 정중히 사양했다. 거절하느라 아주 혼이 났다”면서 팬과의 즐거웠던 일화를 공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