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45위’ 최형우의 진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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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최형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한국야구는 과거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여전히 그라운드 현장에는 일본식 표현이 많이 남아있다. 속칭 ‘야마가키’는 영어 ‘게스히팅’과 같은 말로 ‘예측스윙’, ‘노려 치기’로 순화되고 있다. 현장표현을 그대로 살린 ‘야마가키’에 능한 타자들은 대부분 팀 클린업트리오에 서는 거포들이다. 자신만의 존을 확실히 설정하고 수 싸움 끝에 내린 결론을 스윙에 적용한다. 성공하면 홈런과 장타가 터지지만 숙명처럼 어쩔 수 없이 많은 삼진을 당한다.

삼진은 병살타보다는 나쁘지 않고 범타와 똑 같이 아웃 카운트 하나를 헌납하지만 상대 투수와 포수에게 주는 자신감과 쾌감이 있다. 특히 홈런타자를 삼진으로 잡았을 때 상대 팀 전체는 큰 힘을 받는다.

최형우(34)는 KIA의 선두 질주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타자 한명이 팀 공격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도 남아있지만 가장 성공적인 프리에이전트(FA) 투자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다.

최형우는 16일까지 리그 전체 OPS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은 0.649, 출루율은 0.477에 달한다. OPS가 0.9 이상이면 정상급 타자로 분류되는데 최형우의 OPS는 1.126에 달한다.

주요 공격 지표 중 타율은 0.367로 3위권, 홈런은 24개로 공동 5위다. 타점은 102개로 리그에서 처음으로 100타점 이상을 넘어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삼진이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거포지만 삼진은 106경기에서 단 56개만 당했다. 리그 전체 45위 기록이다. 리그 톱클래스 거포지만 삼진 순위가 45위라는 것은 그만큼 정교한 타격을 겸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형우는 5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77개의 볼넷(고의사구 8개)을 골라 리그 1위인 0.477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거포자리를 다투고 있는 최정의 삼진 수 82개, 두산 김재환 83개 등과 비교하면 최형우의 삼진 숫자가 보여주는 의미가 쉽게 다가온다. 최형우는 “진루타만 치겠다는 생각으로 욕심을 버리고 타석에 서니 여러 좋은 기록이 따라온다”고 겸손히 말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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