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만루 사나이’ 이범호가 말하는 만루 대처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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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범호(36)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 2000년 데뷔 후 15일까지 개인통산 299홈런과 1026타점을 올렸다. 300홈런과 1000타점을 동시에 돌파한 타자는 이범호에 앞서 역대 7명(이승엽 양준혁 장종훈 이호준 심정수 송지만 박재홍)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범호는 유난히 만루 상황에 강해 ‘만루의 사나이’로 불린다. 그는 어떻게 만루의 사나이가 됐을까. 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 기록으로 증명되는 만루 사나이


이범호는 개인통산 15개의 만루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KBO리그 타자를 통틀어 압도적 1위다. 이미 2위인 심정수(12개)를 3개차로 제쳤으며, 박재홍(11개·이상 은퇴)도 4개차로 앞서 있다.

올해도 만루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타율은 0.274(259타수 71안타)로 평범하지만, 주자상황별로 보면 만루에서 타율 0.357(14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아직 만루홈런이 없지만 만루에서 때려낸 5안타 중 2루타가 3개이고 13타점을 뽑아냈다. 개인적으로 2·3루시 타율 0.429(7타수 3안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데 2·3루 상황 자체가 적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만루시 타율이 가장 좋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어 1·2루(0.346), 3루(0.333), 1루(0.298), 2루(0.214), 1·3루(0.200) 순이다.

12일 광주 LG전은 이범호의 만루 본능을 확인해준 한판이었다. KIA는 1회초에만 6점을 내주는 등 5회초까지 2-8로 끌려갔다. 5회말 최형우의 적시타로 3-8로 따라붙은 뒤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이범호는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싹쓸이 2루타를 때리면서 6-8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KIA의 11-10 대역전 드라마는 사실상 만루에서 터져 나온 이범호의 한 방이 발판이 됐던 셈이다.

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이범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3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이범호가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이범호 “나도 부담스럽지만 과감하게 공격”

그렇다면 이범호는 만루 상황을 즐기고 있을까. 그는 고개를 흔들며 “나도 부담스럽다. 지금은 그런 경험이 많아서 과거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만루에서 못 칠까봐 부담이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이범호는 “어차피 투수와 타자 모두 부담스럽다. 굳이 따진다면 투수가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투수는 만루 상황에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면 더 큰 부담에 직면한다. 그래서 초구 수싸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투수 유형 살피기다. 그는 “투수가 컨트롤이 있는 투수인지 없는 투수인지, 초구에 스크라이크존 근처로 유인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인지 없는 투수인지 등등 투수 유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는 그 투수에 맞춰 초구부터 칠지, 공 하나를 지켜본 다음에 칠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을 덧붙였다. 그는 “마음의 결정이 내려졌으면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과감하게 쳐야한다. 앞서 말했지만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부담스런 상황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타자는 더 과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팁 하나를 더 곁들였다. “공의 코스보다는 구종을 노리고 들어간다. 직구와 변화구 둘 중 하나만 노린다”는 것. 물론 투수에 따라 변화구의 종류도 다르지만, 직구와 변화구를 구분해 공략 대상을 좁히면 대처가 더 과감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상하나 좌우 코스는 그 다음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영업 비밀’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범호가 만루에 대처하는 법은 음미해볼 만하다. 역대 최다 만루홈런의 사나이가 들려준 얘기이기에 더 귀가 솔깃해진다.

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범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주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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