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유희관은 승수도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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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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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31)은 13일까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던진 선발 투수다. 1위 SK 메릴 켈리(147이닝)에 6이닝 뒤진 141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리그 최다이닝 2위를 달리고 있는 알짜배기 선발투수지만 승리는 8승으로 다승순위 공동 11위권이다.

혼신을 다해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며 던지는 만큼 실점도 더 하고 역전도 당했다. 더디게 쌓이는 승수를 보면서 득점 지원이 야속한 순간도 있을 법 하지만 유희관은 언제나 활짝 웃으며 팀 분위기를 밝게 이끈다.

잠실 NC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식사를 마친 유희관은 팬들에게 사인을 하고 취재진과도 인사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승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유희관은 “8승이면 잘 하고 있는 거다”며 웃었다. 농담을 섞어 “아직 8승 투수가 없는 팀도 있다”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다승은 여전히 전통적인 시각에서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첫 번째 항목이다. 그러나 속도는 낮지만 정확한 투구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유희관에게는 승수도 여유가 있다. 올해 141이닝을 던지며 5년 연속 14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3년 연속 180이닝 이상 기록도 가시권에 있다. 언제가 목표는 승수보다 이닝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 팀에 꼭 필요한 선발 투수의 역할이다”는 소신을 지키다 보니 5년 연속 10승 기록도 눈앞에 있다. 역시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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