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알쏭달쏭 방어율과 WHIP순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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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방어율 2.89 WHIP 1.27)-NC 해커 (방어율 3.14 WHIP 1.12) (오른쪽). 스포츠동아DB
롯데 박세웅 (방어율 2.89 WHIP 1.27)-NC 해커 (방어율 3.14 WHIP 1.12) (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방어율 2.89 박세웅(롯데)과 방어율 3.14 에릭 해커(NC) 중 누가 더 뛰어나 선발 투수일까? 승수는 각각 9승과 10승, 이닝은 131과 123.1로 큰 차이가 없다.

기록을 살펴보면 방어율 차이가 가장 눈에 띈다. 3.14도 뛰어난 방어율이지만 kt 라이언 피어밴드(2.95)와 함께 리그에 단 2명밖에 없는 2점대 방어율 투수 박세웅이 한 발 앞서 보인다.

그러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을 살펴보면 조금 느낌이 달라진다. 해커의 WHIP는 9일까지 1.12로 리그 1·2위를 다투고 있다. 방어율 1위 박세웅의 WHIP는 1.27로 리그 7위다.

방어율로 선발 투수를 평가할 때 2점대가 특급, WHIP는 1.30이하가 정상급, 1.20 이하는 특급으로 평가된다. 마무리 투수는 1.00 이하일 때 정상급이다. 박세웅은 초특급 투수의 방어율과 정상급 선발 투수의 WHIP를 동시에 기록하며 빼어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지표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리그 선발투수 랭킹이 달라진다. 전통적인 기록과 현대야구의 잣대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통산 219승 100패를 기록했다. 마르티네스가 남긴 기록 중 통산 WHIP는 1.054로 믿기 힘든 수준이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페드로 마르티네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현대 야구에 들어 오롯이 선수의 능력만을 평가하는 기록이 등장하고 있다. 방어율은 팀의 수비 능력, 구원 투수의 역할 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WHIP는 피안타와 4사구 수를 투구 이닝으로 나눈 수치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고의4구와 수비수의 실책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어율과 마찬가지로 야수들의 능력이 영향을 미치지만 구원투수의 역할은 완전히 제외된 지표다.

삼성 윤성환은 올 시즌 방어율 4.17을 기록 중이다. 방어율만 보면 뛰어난 선발 투수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WHIP는 1.25로 오히려 박세웅보다 앞서있다.

kt 고영표는 5승11패 방어율 4.93을 기록 중이다. 좋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WHIP는 1.29로 리그 9위다. 15승 투수 KIA 헥터 노에시(1.32)보다 앞선 성적이다.

kt 고영표 (방어율 4.93 WHIP 1.29) 스포츠동아DB
kt 고영표 (방어율 4.93 WHIP 1.29) 스포츠동아DB

WHIP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영역은 연속안타 허용이다. 방어율에 비해 외부변수가 적지만 평균값이기 때문에 아무리 수치가 낮아도 경기 중 출루 허용이 한 이닝에 집중 되면 많은 실점을 한다.

여전히 투수 3관왕의 영광은 다승, 방어율, 탈삼진 1위가 가져간다. WHIP는 공식 타이틀도 아니다. 상징적인 기록, 세부적인 평가로 구분될 수 있다. 그만큼 방어율과 WHIP가 담고 있는 의미 차이는 야구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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