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방어율 1위’ SK 박종훈이 말하는 힐만 효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7일 05시 30분


코멘트
SK 박종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박종훈.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잠수함투수 박종훈(26)은 15일 한화전을 며칠 앞두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 갑자기 감기 몸살이 극심해진 탓이었다. 박종훈은 “원래 어지간히 아파서는 병원에 안 가는 성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너무 참기 힘들어 간 것이 아니었다. 15일로 예정된 자신의 선발등판을 꼭 지키고 싶어서였다.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좋았던 감(感)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2012년 1군 데뷔 이래 비로소 최고 페이스(14경기 74.1이닝 6승4패 방어율 3.51)를 보여주고 있는 박종훈의 구위는 6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26일까지 6월 방어율(22.1이닝 방어율 1.61)만 놓고 보면 KBO리그 전체 1위다. 박종훈은 “상황에 따라 ‘볼넷만 내주지 말자’, ‘안타만 맞지 말자’고 생각하고 던지는데 잘된 것 같다”고 웃었다.

이렇게 마음먹은 대로 야구가 풀리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구위가 그만큼 유지된다는 반증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박종훈은 힐만 감독의 좋은 영향을 말했다. “올 시즌 내 경기당 투구수를 한번 봐 달라. 거의 90구 안팎이다. 아무래도 힐만 감독님이 내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잘 던지는지 아시는 것 같다.”

SK 박종훈. 스포츠동아DB
SK 박종훈. 스포츠동아DB

실제 박종훈은 26일까지 총 14차례 등판했는데, 100구를 넘긴 적은 딱 한번(4월11일 롯데전 103구)이었다. 80구대에서 교체된 적이 5차례나 된다. 이러다보니 6이닝 이상 투구가 4회이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게임을 만들어주는 선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힐만 감독은 또 하나의 영건 문승원(28)에게는 100구 이상을 의도적으로 던지도록 하고 있다. 20일 NC전 완투승도 그렇게 이뤄졌다.

결국 투수의 구위가 최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순간을 힐만 감독은 파악하고 있고, 그 데이터에 맞춰 선발을 맞춤형으로 쓰고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알고 있다. 힐만 감독이 윤희상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곧잘 1군 엔트리에 제외하지만 박종훈은 예외로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종훈은 80~90개 투구수로 4일 휴식 후 등판을 지속하는 것이 최적 효율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박종훈은 “딴 사람은 몰라도 나는 주 2회(화요일, 일요일) 등판이 감각 유지에 편하다”고 말한다.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구간’을 설정하고, 이를 실행해 자신감을 얻고 내려오게 한다. SK가 결코 강하지 않은 마운드 구성으로도 위력을 발하도록 유도하는 ‘힐만 매직’의 근본적 힘은 합리성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