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이우민의 ‘열심히’와 ‘즐겁게’ 사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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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우민. 스포츠동아DB
롯데 이우민. 스포츠동아DB
만약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성실함은 산(山)도 움직인다’는 말이 진리라면 롯데 이우민(35)은 반드시 성공해야 될 선수다. 이우민은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최고를 향한 노력에서는 늘 최선을 다했다.

이런 이우민이 2017시즌을 생애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어느덧 25일까지 41경기에서 타율 0.313 OPS(출루율+장타율) 8할대를 찍고 있다. KBO리그에서 좀 잘하는 성적이랄 수 있겠지만 당사자가 이우민이라면 사연이 묵직하다.

25일 SK전을 앞두고 사직구장에서 만난 이우민은 “너무 이르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런 수줍음이 오히려 진정성을 더욱 묻어나게 했다.

롯데 이우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롯데 이우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열심히 야구하지 말고, 하고 싶은 야구를 하자”

이승화(이우민의 개명전 이름)의 손바닥이 회자됐던 시절이 있었다. 하도 연습을 많이 해 굳은살로 가득한 손이었다. 그러나 이승화는 “이제 그렇게 안 한다”고 슬쩍 웃으며 손바닥을 보여줬다. 여전히 굳은살은 남아있어도 예전에 비해 훨씬 고운(?) 손이었다. “예전에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질 못했다. 연습하다 몸이 지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고된 훈련은 자신을 향한 기대치를 채우고 싶었던 이우민의 ‘자기학대’였을 수 있다. 그러나 경험으로써 그리고 동료 손승락의 조언을 통해서 ‘열심히’와 ‘즐겁게’ 사이의 중용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 이우민은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생각을 지우고, 몸이 반응하는 야구다. 성패를 떠나 자신 있게 도전해보고, 결과를 납득하는 야구다. 동갑 이대호를 보며 어렴풋이 알게 됐다. 실패를 해도 포기하지 않는 한, 성공의 가능성은 열려있음을.

실제 이우민은 3월31일 개막전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NC전 대주자로 나가 결정적 주루사를 당했다. “감독님 얼굴 볼 낯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대로 또 2군에 쫓겨 가고, 다시는 기회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4월6일 사직 넥센전 직전 주전 외야수 김문호의 갑작스런 통증 탓에 이우민에게 기회가 왔다. 그날 이우민은 홈런 포함해 4타수 3안타를 쳤다. 출장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5월23일 사직 SK전에서는 패색이 짙던 연장 10회말 동점 3점홈런으로 롯데를 구했다. 반짝하다 말 줄 알았는데 5월에만 3할대 타율에 11타점으로 지속되고 있다. 25일 SK전에서도 첫 타석에서 홈런(시즌 3호)을 터뜨렸다. 이우민은 “어머님의 기도 덕분”이라고 또 한번 공을 돌렸다.

지난 23일 SK전에서 동점 스리런 홈런을 친 이우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지난 23일 SK전에서 동점 스리런 홈런을 친 이우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100안타 한번은 쳐보고 싶다”

롯데에 오는 감독이라면 열이면 열 기회를 주고 싶어 할 정도로 이우민은 매력적인 하드웨어를 갖췄다. 외야수비 능력은 KBO리그 S급이고, 발도 빠르다. 인성도 검증됐다. 다만 신이 주지 않은 단 하나의 결함은 실패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러나 이우민은 “3연전에서 내리 안타를 못 쳐도 이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생각보다 잘 풀리는 2017시즌 이우민은 작은 목표가 생겼다. 100안타다. 2001년 KBO리그 데뷔 이래 해보지 못했다. “한번은 세 자릿수 안타를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타격슬럼프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이우민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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