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급 투수 상대로도 홈런 ‘펑펑’…박병호가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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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서는 팀에 남은 박병호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 같다. 반면 나머지 29개 팀들은 땅을 치며 후회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박병호(31)의 방망이가 연일 불을 뿜고 있다. 2014~2015년 KBO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릴 때의 그 기세 그대로다. 1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다.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는 단연 박병호다. 박병호가 시범경기 4호 홈런을 터뜨리며 개막전 25인 로스터(출전 선수 명단) 진입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박병호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시범경기에서 0-0으로 동점이던 5회초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렸다.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무사 1루에서 토론토 선발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148km 직구를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지난 시즌 중반 피츠버그에서 토론토로 이적한 리리아노는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왼손 선발 투수다.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16승과 12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8승 13패 평균자책점 4.69로 주춤했으나 올해 시범경기에선 쾌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리리아노는 4와 3분의2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올해 시범경기 들어 리리아노가 허용한 유일한 실점이 박병호의 홈런이었다.

이날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병호의 시범 경기 성적은 타율 0.394(33타수 13안타)에 4홈런, 8타점이나 된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280이다. 팀 내 홈런과 안타 1위이자 타점 공동 2위다.

빅리그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고전했던 박병호는 올해는 직구와 변화구를 가리지 않고 연일 자신감 있게 방망이를 돌린다. 11일 마이애미전에서는 대만 출신 수준급 왼손 투수 천웨이인의 134km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홈런을 쳤고, 지난달 28일에는 호세 우리나의 154km 강속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시범경기 첫 홈런 역시 150km가까운 빠른 공이었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적응하기 위해 겨우내 타격 폼을 간결하게 만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선구안도 좋아져 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5개의 볼넷을 골랐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은 “타석에서 무척 편안해 보인다.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공에 좋은 스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박병호는 마이너리거 신분이다. 올초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고, 초청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나서고 있다. 처음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을 때 나머지 29개 구단은 박병호를 데려갈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구단도 손을 내밀지 않았고, 박병호는 마이너리그 행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재 박병호는 모든 팀이 탐을 낼만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폭스스포츠 노스는 이날 경기 후 “박병호가 돌아왔다. 미네소타가 기대했던 파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지금대로라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케니스 바르가스의 자리를 빼앗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개막전 지명타자는 박병호의 차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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