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봉으로 데뷔 첫승, 잠재력 터트린 ‘선발투수’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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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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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권.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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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후련하다.”

데뷔 24경기 만에 따낸 데뷔 첫 승이 무사사구 완봉승이었다. kt의 고졸 2년차 우완투수 주권(21)이 해냈다.

주권은 27일 홈구장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넥센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4안타 무4사구 5삼진 무실점 완봉투로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하며 팀의 3연패 탈출에 일조했고, kt의 창단 첫 완봉승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또한 KBO 역대 20번째로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투수가 됐는데, 이 중 무4사구 완봉승은 주권이 최초다.

이날 주권의 투구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웠다. 최고구속 145㎞ 직구(37개)와 슬라이더(33개), 투심(19개), 체인지업(10개), 커브(5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넥센 타선을 요리했다.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는 아니지만, 공끝이 좋은 직구에 넥센 타자들은 속수무책 당했다. 총 투구수 104개 중 스트라이크는 69개였다. 4회초 2사 후 이택근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는 안정감을 자랑했고, 6회초 1사 후 임병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김지수를 병살타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그러면서 종전 개인 한 경기 최다이닝(5.1이닝·4월 27일 수원 롯데전)을 뛰어넘었다.

8회초에는 이날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으나 유재신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을 막았다. 8회까지 투구수는 93개. 주권의 투구를 지켜보던 kt 정명원 투수코치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불펜에는 고영표, 홍성용 등 계투요원들이 몸을 풀고 있었으나, kt 조범현 감독은 9회에도 주권을 믿고 마운드에 올렸다. 주권은 홍성갑을 140㎞ 직구, 박정음을 122㎞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대타 채태인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 경기를 끝냈다. 주권은 “9회 첫 타자를 잡고 완봉승을 예감했다”며 기뻐했다.

주권은 1995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재중동포(조선족) 출신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5년 할머니의 고국인 한국으로 건너와 귀화했다. 청주중과 청주고를 졸업한 그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우선지명을 받을 당시 차세대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 15경기에서 2패, 방어율 8.51의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불안한 제구에 발목 잡혀 경기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3차례 선발기회에서도 모두 조기강판 당하며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데뷔 첫해부터 많은 것을 바라는 건 무리였다. 그러나 공격적이지 못한 투구는 분명 아쉬웠다.

올해도 26일까진 8경기에서 1패, 방어율 6.26을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은 지난해와 달랐다. 집중타를 맞아 무너진 경우는 있었지만, 상대 타자를 피하지 않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5이닝을 넘기는 등 선발투수로서 자신감을 가질 만한 계기를 만들었다. 주권은 “안 아프고 내 공을 던지다 보니 지난해와 달라진 것 같다. 지난해에는 아프면 안 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주권의 잠재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탁월한 제구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승부하면 고교 시절 보여준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코치도 “주권은 정말 좋은 투수인데, 첫 승이 늦었다”고 했을 정도다. 데뷔 첫 승과 함께 꼬인 실타래를 풀어낸 주권은 재중동포 최초로 KBO리그 프로야구 승리투수가 되는 역사를 쓴 뒤 “많이 답답했는데, 이제 후련하다”며 활짝 웃었다.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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