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칠까 말까 ‘1번타자의 딜레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17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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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왼쪽)이 16일 넥센전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투수 밴 헤캔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LG 박용택(왼쪽)이 16일 넥센전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투수 밴 헤캔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범타 땐 팀에 손해 “참는 게 낫다” 중론…기록상 초구타율 높아 적극성도 필요

리드오프(Lead off). 1번타자를 일컫는다. 1번타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출루다. 가능한 많이 살아나가 득점찬스를 만들어야한다. 이뿐 아니다. 첫 타석에서는 상대투수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공을 봐야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만약 초구에 실투성 공이 왔을 때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할까, 아니면 공을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칠 수 있는 공이라도 건드리면 안 될까. 실제 1번타자를 맡고 있는 이들은 두 개의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1번타자는 초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 “초구를 쳐야하나, 말아야하나” 1번 타자의 딜레마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경기 시작 벨이 채 끝나기 전에 1번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치는 것”이라며 웃고는 “하지만 만약 초구를 건드려 범타가 되면 후속타자가 상대투수의 공이 어떤지 못 보고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팀 전체로는 마이너스다. (이)용규(한화)처럼 한 타석에 7∼8개를 보고 볼넷을 골라나가거나 안타를 맞으면 투수의 기운이 빠지지 않겠나. 1번타자는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1번에 배치되고 있는 삼성 정형식, 박한이, 두산 민병헌 등도 리드오프로서 고충을 호소했다. 정형식은 “(박)한이 형도 같은 말을 했는데 공을 많이 봐야한다는 부담이 있다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타석에서 소극적이 되고, 막상 칠 수 있는 공이 왔을 때 방망이가 잘 안 나온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민병헌도 “원래 초구에도 칠 수 있는 공이면 방망이를 내는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1번타자 이다보니 공을 많이 봐야한다는 의무감에 내 스윙을 못할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 1번타자도 초구 타율↑

그렇다면 1번타자가 초구 타격을 했을 때 과연 손해일까. 기록을 살펴봤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11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3년간 전체타율은 0.264였지만 초구타율은 0.340으로 높았다. 이 중에서 1번타자 초구타율도 0.333이었다. 기록은 초구 타격을 하라고 권한다. “1번 타자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초구를 쳐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는 LG 박용택의 말처럼 초구 타격이 손해는 아니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경기가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9회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1번타자라면 공을 최대한 많이 보는 게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다.

● 올바른 1번타자의 자세는?

박용택은 “타자가 초구를 포기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타자에게는 한 타석에 3스트라이크의 기회가 있는데 1스트라이크를 손해 보는 게 얼마나 부담이겠나”라며 “나 역시 힘들었지만 하나를 포기해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상대투수의 구질, 공 컨디션 등을 팀 동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1번타자가 갖춰야할 큰 임무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 텍사스의 추신수가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부터 1번타자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았다’고 했는데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1번타자는 없을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길러진다”고 말했다. 정형식도 “요즘에서야 볼을 많이 본다는 것이 단순히 공을 지켜보는 게 아니라 공을 치면서 타격타이밍을 잡아가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라고 밝혔다. 두산 민병헌은 “‘1번타자는 한 경기에 한 번뿐’이라는 송일수 감독님의 조언을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 조금씩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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