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노경은, 마지막 불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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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미아’ 뒤 메이저리그 노크… LA서 덕수고 선수들과 훈련

투수 노경은(35·전 롯데·사진)은 성남고 재학 당시 동산고 송은범(35·한화), 광주일고 김대우(35·롯데)와 함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으며 ‘고교 빅3’로 꼽히던 유망주였다. 17년이 지나 30대 중반이 된 그는 먼 길을 돌아 다시 한번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다. 그의 도전은 위대한 성공 신화가 될까, 아니면 무모한 도박에 그칠까.

최근 롯데와 자유계약선수(FA) 협상이 결렬되며 ‘FA 미아’가 된 노경은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지훈련 중인 덕수고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4.08로 롯데의 든든한 토종 선발 역할을 한 노경은이지만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최종안을 거절했다. 이후 멕시코리그 진출 등 여러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노경은은 오랜 꿈을 향해 한발 더 나아가기를 택했다.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으로 프로야구에 입성한 노경은 앞에 놓인 야구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입단 첫해부터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거듭하더니 2004년에는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되면서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소집 해제 후에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던 노경은은 2011년 44경기에 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이더니 이듬해 선발로 나서 첫 완봉승과 두 자릿수 승리(12승 5패)를 거두며 비로소 빛을 발했다. 2013년에도 10승을 챙기며 좋은 활약을 펼쳤던 노경은은 가을야구에서도 제 몫을 하며 두산의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극심한 부진으로 추락한 노경은은 2016년 시즌 도중 2군행이 결정되자 갑작스럽게 은퇴 의사를 밝혔다가 구단의 만류로 철회하는 등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논란 끝에 롯데로 트레이드된 그는 2017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66으로 부진했으나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이며 재기에 성공했다. 부진과 논란을 오가는 우여곡절 끝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노경은의 롤러코스터 같은 여정은 다시 한번 기로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그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선수의 도전은 응원받아 마땅하지만 시기가 많이 늦었다. 지금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단은 로스터를 확정하고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빨랐다면 초청 선수로 문을 두드려 볼 수 있지만 당장은 쉽지 않다. 먼저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를 지닌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당장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선수가 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좋은 경험으로 삼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노경은#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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