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초짜’ 우려 불식한 이정후의 ‘만점짜리’ PS 데뷔전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2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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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만점이었다. 이정후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7회 결승득점을 올리는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했다. 만 20세 청년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바람의 손자’ 이정후(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은 만점이었다. 이정후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7회 결승득점을 올리는 등 공수에서 만점 활약했다. 만 20세 청년의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활약이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20)의 포스트시즌(PS) 데뷔전은 그 자체로 큰 관심을 모았다.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이 바로 그 무대였다. 상대가 공교롭게도 아버지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현역 시절 온 몸을 바쳐 뛴 KIA 타이거즈였기에 더욱 그랬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승패와 직결되는 ‘빅게임’의 특성을 고려하면, 2년차인 그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무대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모든 우려를 불식하고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경험이 없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선배님들 말씀 잘 들으며 패기를 보여주겠다”던 미디어데이에서 발언을 실천으로 옮겼다. 과정도 좋았고, 팀이 10-6으로 승리를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준PO)행 티켓을 거머쥐는데 결정적인 역할도 해냈다. 과정과 결과 모두 완벽했다.

특히 7회초 호수비 장면은 올해 정규시즌까지 통틀어도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남을 만했다.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6이닝 4실점)이 교체된 직후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5-4에서 로저 버나디나에게 2루타, 나지완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한 뒤였다. 분위기가 KIA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부랴부랴 구원등판한 이보근도 최형우에게 큼지막한 좌중간 타구를 얻어맞았다. 좌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에 양 팀 팬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때 번개 같은 속도로 타구를 쫓던 이정후가 슬라이딩 캐치로 이 타구를 건져냈다. 귀루에 실패한 1루 주자 나지완까지 태그아웃되면서 한꺼번에 2아웃을 잡아낸 것이다. KIA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결과는 바뀔 리가 없었다. 대량실점의 위기로 이어질 뻔한 상황을 깨끗이 정리하고 실점을 막아낸 덕분에 넥센은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08년 SK 와이번스-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 8회말 홍성흔(두산)의 좌중간 타구를 기막히게 걷어낸 SK 조동화(은퇴)의 수비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이 수비는 역대 PS를 수놓은 명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정후는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팻 딘을 상대로 깨끗한 안타를 뽑아낸 뒤 서건창의 우중간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결승 득점이었다. 안전하게 홈을 밟은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만끽했다. ‘위기 뒤 기회가 찾아온다’는 야구계 속설을 몸소 보여준 넥센 타자들은 7회말에만 4점을 얻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 선봉이 이정후였다. 0-2로 뒤진 5회말에도 희생플라이로 팀에 첫 득점에 기여했으니, 1번타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존재감을 뽐낸 셈이다. 젊은 피가 PS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것 만한 성공체험도 드물다. 이정후는 한 뼘 더 성장했고, 준PO에 직행한 넥센은 대전으로 향한다. 19일 한화 이글스와 준PO 첫판을 치른다.

고척|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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