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金·벤투 효과, K리그에 스며들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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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대구FC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층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하다. 지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이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K리그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FC서울과 대구FC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층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하다. 지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이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K리그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상암|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팬이다. 한국축구는 9월에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의 A매치 데뷔전에 팬들은 만원관중으로 힘을 실어줬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한국축구의 장기간 침체 분위기는 그렇게 반전에 성공했다.

관건은 달아오른 열기를 프로축구 K리그가 이어받을 수 있느냐다. 프로축구는 한국축구의 저변확대는 물론이고 선수육성의 젖줄이다. 대표팀의 축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K리그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A매치 이후 처음 열리는 주말(15·16일) K리그1 28라운드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올 시즌 K리그 관중 기록은 민망할 정도다. 9월 A매치 기간 이전인 27라운드까지 평균 관중은 5178명이다. 매년 줄어든다며 걱정했던 지난해 평균관중(6500명)보다도 더 줄었다. 1만 명을 넘은 구단도 2개(전북·서울)뿐이다. 개막전 6경기 평균관중(9142명)을 넘는 라운드도 없었다. 9라운드에선 1965명으로, 2000명선도 깨졌다. 20라운드 이후엔 5000명을 넘기기도 버거웠다. A매치 직전 라운드인 27라운드의 평균관중은 4203명이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에게 관중 수를 묻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갑자기 기회가 왔다. 대표팀 덕분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포함해 각 구단은 이런 훈풍을 살리기 위해 짧은 시간동안 안간힘을 썼다. 아시안게임이나 A매치에 출전한 스타급 선수를 앞세워 사인회와 축하공연 등을 하면서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관중수를 보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벤투 효과를 본 게 확실하다.

인천-수원전이 열린 인천전용구장에는 7282명이 찾았다. 이는 올 시즌 홈경기 최다관중이다. 종전 최다는 3월 10일 홈 개막전의 7160명. 올 시즌 평균관중은 3809명이고, 27라운드에선 4460명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이날 비록 비겼지만, 관중들의 응원 덕분에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게 인천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울산과 포항의 159번째 ‘동해안 더비’가 열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도 1만3224명의 관중이 찾았다. 울산 구단의 노력 덕분에 올 시즌 평균관중(6692명)을 크게 웃돌았다. 전북-제주전이 열린 전주에서도 1만1190명을 기록했다. 서울과 대구가 맞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엔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1만3243명의 팬들이 찾았다. 27라운드 관중(6392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K리그 28라운드의 평균관중은 8275명으로, 27라운드(4203명)보다 크게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분위기 살리는 데 성공했다. K리그 관계자는 “러시아월드컵 이후 각 팀들이 공격적인 축구를 하면서 득점과 실제경기시간이 조금씩 늘었다. 심판운영에도 변화를 줬다”면서 “대표팀 덕분에 프로축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프로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면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이를 본 팬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고, 그 응원에 힘입어 선수들이 힘을 내는, 그런 선순환 구조다. K리그의 목표이기도 하다. 단박에 오른 관중 수는 단박에 꺼질 수도 있다. 장기적인 플랜과 비전을 세워야하는 이유다.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만큼 이제부터 탄탄하고 흔들림 없는 팬층을 구축해가는 K리그가 됐으면 한다.

상암|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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