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대기록 홍수…우리는 홈런의 시대에 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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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넥센 박병호-SK 로맥-KT 로하스(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넥센 박병호-SK 로맥-KT 로하스(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홈런이 야구의 꽃이라면 올해 KBO리그는 꽃밭이다. 타고투저가 날로 기승을 부리며 홈런 없는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즌 초부터 담장 밖으로 날아간 타구가 쏟아지며 홈런 관련 대기록이 나왔고, 또 다른 새 역사도 눈앞이다. 야구팬들은 지금 홈런의 시대를 살고 있다.

● 리그 홈런, 2년 연속 신기록 눈앞

17일까지 627경기를 치른 KBO리그에서 홈런은 1503개가 나왔다. 한 경기에 2.4개의 홈런이 나온 셈이다. 한 시즌 리그 최다홈런은 지난해 1547개. 2015년 1511개를 살짝 웃돈 수준이었다. 93경기가 남았으니 신기록 달성은 물론 1600개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리그 홈런 판도를 주도하고 있는 SK 와이번스 역시 단일시즌 팀 홈런 신기록 2년 연속 경신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234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새 역사를 쓴 SK는 올해 124경기에서 198홈런을 때려냈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230개의 홈런이 나온다. 최근 최정과 제이미 로맥이 주춤했던 상황에서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살아난다면 2년 연속 기록 경신도 꿈이 아니다.

● ‘40홈런’ 고지와 관련된 여러 대기록

쏟아지는 홈런만큼 타이틀 경쟁도 뜨겁다. 홈런 선두 김재환(40개·두산 베어스)부터 4위 멜 로하스 주니어(36개·KT 위즈)까지 4개 차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미 40홈런 고지에 올라선 김재환부터 2위 박병호(39개·넥센 히어로즈), 3위 로맥(38개·SK)의 40홈런 등정은 시간문제다. 4위 로하스도 4개의 아치만을 남겨뒀다.

40홈런을 기록한 이들에게는 ‘리그를 지배한 강타자’라는 꼬리표가 어색하지 않다. 4명의 타자가 동시에 40홈런 고지에 올라설 전망이다. 1992년 장종훈(빙그레 이글스·41홈런)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36년간 단 21명만이 단일시즌 40홈런을 넘겼다. 40홈런 타자 최다 배출 시즌은 1999년의 4명이다. 당시에는 양대리그 체제였으니 단일 기록으로는 3명이 최고다. 올해 그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40홈런이라는 기준점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준비 중이다. 박병호는 홈런 한 개만 더 추가한다면 2014~2015년에 이어 3년 연속 40홈런에 올라서게 된다. KBO리그 첫 기록이다. 2016~2017시즌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그는 여전한 장타력으로 복귀 시즌부터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

● “의식적으로 성장을 멈춰야 하나요?”

아무리 흔해졌어도 홈런은 여전히 야구의 꽃이자, 승부를 짜릿하게 바꾸는 무기다. 숱한 홈런이 ‘기형적 타고투저’의 주범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타자들의 기술적 발전이 낳은 결과다. 현장에서는 이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BS N 스포츠 안치용 해설위원은 “타자들의 성장세를 투수들이 쫓지 못해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팀 타격코치 A 역시 “물론 타고투저의 흐름이 강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타자들이 의식적으로 성장을 멈춰야 하는가? 홈런이나 타격기술 성장이 저평가받는 것은 아쉽다”라고 반문했다. 홈런이 빈번하다는 이유로 대기록들이 폄하되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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