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터뷰 부담 큰’ 태극전사, 비난과 욕설이 답이 될 수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2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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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러시아월드컵에 도전 중인 축구국가대표팀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18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스웨덴과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치렀고, VAR(비디오판독)에 의한 페널티킥(PK) 실점으로 0-1 패배를 맛봤다.

뼈아픈 패배도 괴로웠지만 태극전사들을 가장 힘겹게 하는 것은 일각에서의 과도한 비난이다. 건전한 비판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비난만을 위한 비난은 누구도 참기 어렵다. 특히 스웨덴전 직후 한 매체의 특정 선수를 향한 ‘마녀사냥’에 대표팀 구성원 모두가 격하게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명예훼손 관련 법적 소송을 당장 제기해도 전혀 할 말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단의 반응은 딱 하나, “죄송하다”였다.

그런데 솔직히 미안할 것도 없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했다. 젖 먹던 힘까지 쏟은 뒤 탈진한 이들도 있었다. 상대보다 힘이 부족해, 실력에 뒤져 패배를 당했을 뿐이지 땀을 덜 흘리고 노력을 덜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월드컵에 출격한 32개국 가운데 일부러 ‘지기 위해’ 경기를 치르는 팀은 결단코 없다.

대표팀은 멕시코와 2차전(24일 0시)이 펼쳐질 로스토프나도누로 향하기에 앞서 21일(현지 기준) 상트페테르부르크 베이스캠프에서 가진 훈련을 전면 비공개로 진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월드컵 출전국들은 경기와 경기 사이 하루를 온전히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날 대표팀은 훈련 공개여부를 떠나 매일 진행하던 선수 인터뷰까지 정중히 거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의 인터뷰 부담이 몹시도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스트리아 사전훈련캠프, 또는 러시아 입성 시점부터 대표팀과 동행한 취재진 대부분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누군가 인터뷰를 하고,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면 온갖 욕설과 저주로 도배되는 현실에서 선뜻 카메라 앞에 세울 수 없는 노릇이다.

선수들도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남편이자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사랑스런 자식이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로 뒤덮이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없애고 비공개로 바꾼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SNS 방어는 빠르다’ 따위의 조롱에 직면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심지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진 공개훈련,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의 스웨덴전 현장을 찾아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한 팬들에게까지 조롱을 퍼붓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월드컵 기간에 맞춰 러시아를 찾은 이란 팬은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조별리그 3경기를 전부 패하더라도 상관없다. 우리 조국 젊은이들이 지구촌 최고 스포츠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4년 뒤 이란이 또 월드컵에 나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순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즐겁고 유쾌하다.”

아직 한국축구의 러시아월드컵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한 경기가 끝났고, 두 경기가 남았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가 난파 위기에 직면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이 불안불안한 반면, 인구 30만 명의 아이슬란드가 선전할 수 있는 무대가 월드컵이다. 우리가 맞설 다음 상대들이 멕시코라고 또 독일이라고 반드시 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월드컵을 한껏 즐기고 대표팀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묵묵히 응원할 시기다. 최소 대표팀의 모든 일정이 끝난 뒤 냉정히 평가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면 된다. 그래도 전혀 늦지 않다. 자국 팬들이 따스하게 보듬어주지 않고 아껴주지 않는 대표팀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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