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퍼스트 히스토리⑤] 온갖 압력 행사한 무솔리니, 伊 우승하자 ‘군 면제’ 혜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1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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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자국에서 열린 제2회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하고 상대팀 선수를 위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썼던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
1934년 자국에서 열린 제2회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하고 상대팀 선수를 위협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썼던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
이탈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제2회 월드컵 결승전은 월드컵 역사상 첫 결승 연장전으로 벌어졌다. 1-1로 비긴 가운데 연장에 돌입한 이탈리아는 주 공격수 주세페 메아차가 발을 절룩거렸다. 그는 대표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 전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선수였다.


월드컵에서 이미 3골이나 넣은 무서운 공격수였지만 정상이 아닌 몸 상태를 본 체코슬로바키아 선수들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결국 연장 5분 노마크가 된 메아차의 크로스로 시작된 패스를 안젤로 스키아비오가 결승골로 완성했다.

스키아비오는 월드컵 통산 100호 골의 주인공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5월 27일 미국과의 16강전 7-1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면서 월드컵 통산 100호 골도 함께 기록했다. 이탈리아를 이끈 비토리아 포조 감독은 당시 대부분 팀들이 사용하던 2-3-5, W-M 포메이션 대신 미드필드를 강화하고 대인방어 전술을 체계화 한 2-3-2-3 포메이션(W-W)을 창안해낸 전술가였다.

우승을 위해 직접 심판매수에 가담하고 상대국 선수들에게 다양한 압력을 행사했던 무솔리니는 원하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자 포조 감독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에게 각각 1만7000달러의 상금을 줬다. 군 면제 혜택도 안겼다. 월드컵의 성적으로 군 면제를 받은 최초의 사례다. 공교롭게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를 16강전에서 물리치자 “고생한 선수들에게 군 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대한민국 선수들은 그 혜택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패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올드리지흐 네예들리는 5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결승전 뒤 “졌지만 살아서 돌아가 다행이다”는 말을 남겼다. 제2회 이탈리아월드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이다. <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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