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FC서울이 한방에 훅 가지 않으려면…터놓고 소통하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0일 1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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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FC서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감독과 팀의 에이스가 불화설에 휩싸였다. 발단은 SNS다.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고 한다.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별의별 소문이 다 나오는 게 이 바닥이다. 그런데 감독과 팀의 에이스가 부딪혔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박주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기에 패해 힘을 보태지 못해 화가 난다. 팬들에 미안하다. 2년간 아무 것도 나아진 것이 없는 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 난 팀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피해를 끼치는 선수가 됐다. 후배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반성한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할 말을 못하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박주영의 진심이 읽히는 게 사실이다. 팀 성적이 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팀 내 위치를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오해를 살 만한 마지막 부분의 내용은 한 번 더 고민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여기서 말하는 ‘2년간’은 누가 봐도 황선홍 감독의 재임기간이다. 그 기간에 나아진 게 없다는 건 감독을 저격하는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또 ‘할 말을 못하는 선수가 안 되겠다’는 다짐도 굳이 SNS에 올렸어야 하는지 난 모르겠다. 특히 최근 팀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할 말은 감독과 만나서 얘기하면 된다. 그 정도의 소통도 안 된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경기를 앞둔 감독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황 감독은 19일 열린 미디어데이를 통해 불화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가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소통하는 문제고 환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팀에 힘이 되는 메시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혀 문제는 없다”고 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일까. 진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상황은 선수보다 감독이 더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문제의식을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SNS로 문제가 불거진 건 엎질러진 물이다. 감독 입장이 난처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걸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한 번 따지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사자를 만나 어떻게 하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선수들이 생각하는 게 어떤 부분인지, 어떤 점을 고쳤으면 하는지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아직 7경기밖에 안한 시점이다. 감독이 판단할 부분이긴 하지만 화근이 되는 부분을 확실히 도려내고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구단의 중재 역할도 아쉽게 느껴진다. 이 지경까지 왔으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는 방안, 특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는 팬들을 다독이는 데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불화가 더 위험하다고들 한다. FC서울을 보고 있으면 정치권에서 떠도는 ‘한방에 훅 간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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