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어 배수진 친 강원… “올림픽 시작되면 방역 속수무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선수-관광객에 이동중지 명령 못해… 소독약 살포 전세계 중계도 부담
道 “아예 살아있는 닭 반입 금지를” 소형농가 조류는 미리 사들여 폐기

해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렸지만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정부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AI 발생으로) 더욱더 긴장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AI와 관련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감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속앓이를 하는 이유는 국가 이미지 훼손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방역조치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문에 사람과 차량 등이 빈번하게 오가면서 올림픽 개최지가 자칫 AI 바이러스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 올림픽 개최지 주변에 AI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동제한 조치 무용지물 우려


고병원성 AI 발생을 두고 정부는 고민이 깊다. 올림픽 기간에 강원도 및 인근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시이동중지명령은 12∼48시간 동안 일부 지역이나 전국의 축산업 종사자, 축산 관련 차량이 농가와 도축장 등에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초기에 AI를 빨리 잡아야 하는 경우 전국적으로 이 명령을 발동한다. 이동중지명령은 AI 방역에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 조치이며 이를 사용하지 않고선 AI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올림픽 기간에는 선수단과 관광객, 취재진의 이동이 잦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데 있다. 축산 관련 차량과 축산업 종사자의 이동을 막는다고 해도 인근 지역을 이동하는 사람과 차량을 막지 못하면 이동중지 조치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에게 야생조류나 닭·오리의 분비물이 묻으면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평창 올림픽에 대비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AI가 발생할 경우 강원지역을 드나드는 모든 차량에 소독약을 뿌려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해외 선수단과 취재진 차량에 소독약을 살포했을 때 자칫 국가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도 거점소독소에서는 “약을 뿌리면 차가 망가진다”는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벌어져 크고 작은 충돌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살아있는 닭 강원도 출입금지”


강원도에서는 산란계(알 낳는 닭) 399만 마리, 오리 1만40마리를 사육 중이다. 정부는 일단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정선군 강릉시에서 100마리 미만의 닭·오리를 사육하는 농가의 닭·오리를 모두 사들인 뒤 냉장 보관하거나 폐기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0농가 3500마리가 대상이다. 현재까지 78%가량이 완료됐고 이달 말까지 조치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아예 살아있는 닭이 도내로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김영록 농림식품축산부 장관은 20일 “타 시도에서 AI가 발생해도 강원도 내로 모든 가금류 반입을 금지하도록 강원도에서 건의해 왔다”면서 “법적인 검토를 한 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평창 올림픽에 대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평창#겨울올림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