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 이정후의 3루타, 이종범의 1996년 KS 감격 재연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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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야구대표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장소는 달랐어도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였다. 1996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해태가 현대에 3승2패로 앞서고 있었다. 우승까지 단 1승 남은 상황, 그러나 8회말까지 3-2 살얼음 리드. 2사 1루에서 해태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더 달아나지 못하면 시리즈 전체가 위태로울 상황. 여기서 이종범 특유의 스타성이 발휘됐다.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 흐름을 잡는 굳히기 점수가 들어왔고, 이종범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안착하는 장면은 1996년 한국시리즈를 압축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해태는 왕조에 균열 징후가 역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막대한 투자로 단기간에 신흥강호로 자리 잡은 현대였다. ‘한국시리즈 불패’의 최대고비로 여겨졌지만 해태엔 이종범이 있었다.

지난 1996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3루타를 친 이종범. 사진|KBSN SPORTS 캡쳐
지난 1996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3루타를 친 이종범. 사진|KBSN SPORTS 캡쳐

세월을 건너 뛰어, 2017년 11월17일, 그리고 장소는 일본 도쿄돔이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은 배수의 진을 치고 대만전에 임했다. 바로 전날 연장 10회까지 가는 총력전 끝에 일본에 7-8로 졌다. 그 후유증을 털기도 전에 대만은 에이스 천관위를 앞세워 한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대만전마저 내주면 한국은 APBC 2전 전패 탈락을 피할 길이 없었다.

대표팀은 임기영(KIA)의 호투 덕에 6회초까지 0-0으로 버텼다. 그러나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6회말 2사까지 천관위에게 막혔다. 4번타자 김하성(넥센)이 풀 카운트 끝에 볼넷을 얻었다. 이후 등장한 타자가 이정후(넥센)였다.

이정후는 천관위를 상대로 도쿄돔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대형타구를 만들어냈다. 2사 후라서 1루주자 김하성은 전력질주로 홈을 밟았다. 이정후는 마치 21년 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까지 내달렸다.

야구대표팀 이정후-이종범 코치(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대표팀 이정후-이종범 코치(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 1점이 APBC 한국 대표팀을 살렸다. 1-0으로 승리한 한국은 일차목표인 결승행에 접근했다. 일본에 설욕할 기회가 다가왔다. 선동열 감독은 국가대표팀 수장으로서 공식전 첫 승을 얻었다. 이정후는 대만전 히어로 MVP가 됐다. “아버지가 ‘아직 어리니 모든 것이 경험이다. 배우라’고 조언해줬다. 자신 있는 스윙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들 이정후가 대표팀 1루코치였던 이종범 코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효도를 했다.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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