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두산의 현재’ 김재호가 ‘미래’ 류지혁·서예일에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5시 30분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호. 스포츠동아DB
김재호(32)는 ‘두산의 유격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다. 기존의 주전 유격수 손시헌(37)이 2013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하면서 그 자리를 꿰찼다. 이후 붙박이로 나서며 2015년부터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어 스스로 가치를 높였다. 개인적으로도 2015 프리미어12,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두 차례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며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김재호가 올해는 한 발 뒤로 물러나 후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정규시즌 막판 어깨를 다친(견쇄관절 주위 인대 손상)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NC와의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몸 상태가 100%가 아닌 터라 백업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김재호 본인도 부상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괴롭다. 그러나 아쉬워할 겨를조차 없었다. 부상 직후 “치료를 잘 받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쇄골이 돌출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지만, 그의 복귀 의지를 막지 못했다. 착실히 치료과 재활을 병행한 덕분에 던지고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단다. 그는 “특히 송구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PO 4경기에 모두 대수비로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두산 류지혁-서예일(오른쪽). 스포츠동아DB
두산 류지혁-서예일(오른쪽). 스포츠동아DB

자연스럽게 김재호의 빈자리를 메웠던 류지혁(23)과 서예일(24)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PO에선 류지혁이 전면에 나서고 김재호와 서예일이 뒤를 받쳤는데, 류지혁이 1~2차전에서 수비 불안을 노출한 탓에 김재호의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이에 김재호는 “(류)지혁이에게 ‘긴장하면 진다. 누가 긴장하지 않느냐의 싸움이다. 단순히 한 경기라고 생각하라. 긴장되면 욕을 해서라도 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류지혁은 3~4차전에서 한층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며 두산의 KS 진출에 일조했다.

김재호는 류지혁과 서예일이 두산의 유격수 계보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자신의 아픔이 팀이 미래를 위해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의미로 들렸다. 특히 김재호를 롤 모델로 꼽은 서예일에게는 그의 말 마디마디가 피가 되고 살이 될 터다. “포스트시즌(PS)에서 지혁이와 (서)예일이가 좋은 경험을 하길 바랄 뿐이다. 정규시즌 막판에 둘이 뛰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는데, 후배들이 더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선순환이 돼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둘이 이번 기회에 많이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황에 따른 움직임 등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무형의 가치’도 터득할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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