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눈물의 승장 인터뷰, 다시 시작된 잔인한 승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5시 30분


코멘트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승부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 같은 승부가 끝난 날, 승장은 웃음 대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두산 김태형(50) 감독은 2016년 한국시리즈(KS)에서 NC를 맞아 단 4경기 만에 승부를 끝장냈다. 잔인하게 NC 김경문(59) 감독을 몰아붙인 끝에 4승무패 완전무결한 우승을 달성했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KS 2연패. 그러나 그는 승장 인터뷰에서 “너무 기쁜데, 한편으로는 착잡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운을 뗐다. 취재진이 “착잡하다는 뜻은 어떤 마음의 표현인가? 혹시 NC 김경문 감독 때문에 그런가?”라고 묻자 갑자기 말을 하지 못했다.

김.경.문. 그 세 글자에 그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오른손으로 자신의 턱 주변을 어루만졌다. 입술은 파르르 떨렸고, 부리부리한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솥뚜껑 같은 오른손으로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감독이란 직업이…, 이제 2년 했지만은….” 그는 한숨을 한번 쉰 뒤 겨우 말을 이었다. “(김경문)감독님 옆에서, 친형 같이 많이 보고 배웠는데…, 그냥 (승부의 세계는) 항상 1등만 존재하는 거기 때문에…, 하여튼 그렇습니다.” 승장의 눈물 인터뷰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김경문과 김태형은 포수 왕국 OB에서 계보를 이었다. 김경문은 프로야구 원년 1982년 OB 우승 순간에 마운드로 달려가 박철순을 안았고, 1990년 OB 유니폼을 입은 김태형은 1995년 구단의 두 번째 우승 순간 마운드로 뛰어가 권명철과 포옹했다.

김태형 감독에게 김경문 감독은 친형 같은 존재이자 스승이었다. 은퇴 말년의 베테랑 포수와 파릇파릇한 신입 포수로 만나 이후 배터리코치와 포수로, 다시 감독과 코치로 함께했다. 김경문 감독이 2004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다 2012년 NC 사령탑으로 옮기고,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두산 지휘봉을 잡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김경문 감독-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한국시리즈 당시 김경문 감독-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그런데 얄궂은 운명처럼 2015년 이후 둘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2015년 플레이오프(PO)에서 3승2패, 지난해 KS에서 4승무패로 김태형 감독이 이겼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미디어데이에서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눈물의 인터뷰에 대해 “이름 세 글자가 떠오르면 가슴이 찡한, 그런 게 있지 않느냐”며 쑥스러워 하더니 “감독 부임 후 3년째 김경문 감독님과 미디어데이를 하는데, 앞으로 10년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김태형 감독께서 이렇게 덕담을 해줘서 감사하다. 3년 연속 (가을에) 두산과 만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다시 잔인한 승부에 돌입할 차례다. 김태형 감독은 “첫 번째 목표가 한국시리즈 진출이다”며 승리를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혔고, 김경문 감독은 “작년에 너무나 허망하게 경기를 끝냈는데, 올해는 파트너로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17일 오후 6시30분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PO 1차전 선발투수로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 NC는 장현식을 예고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