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사네티·10번 마라도나…영구결번의 의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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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밀란을 트레블로 이끌었던 하비에르 사네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터밀란을 트레블로 이끌었던 하비에르 사네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에선 특정번호 영구결번 이례적인 일
첼시 테리·AS로마 토티 다음 주인공 유력


얼마 전 KBO 레전드 이승엽의 은퇴식이 열렸다.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는 이승엽의 등번호 36번을 구단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등번호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은 야구 종목 특성상 이승엽과 같은 상징적인 인물의 등번호는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등번호에 상징적인 역할이 숨어있는 축구에서는 영구 결번을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세리에 A클럽에서는 포지션별 핵심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만든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다. 인터밀란과 라치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하비에르 사네티와 디에고 마라도나가 그 주인공이다.

사네티는 1995년 구단에 합류한 이후로 20년 간 활약하며 2000년 대 중후반 인터밀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특히 2005∼06 시즌부터 5연속 리그 우승, 2009∼10 시즌 트레블(세리에A·코파 이탈리아·UEFA 챔피언스리그) 당시 보여준 리더십은 그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주장으로 기억되는 이유다.

포지션은 좌우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지만 필요시 최전방공격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며 헌신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리그에서만 615경기에 출전했다. 이는 세리에A 역대 최다 출전 4위이자 비이탈리아인 최다 출전 기록이다.

이런 기록을 기념해 2014년 사네티의 은퇴 당시 인터밀란은 그의 등번호 4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며 팀에 대한 사네티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기로 결정했다.

나폴리 시절 마라도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폴리 시절 마라도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SC 나폴리(이하 나폴리) 10번을 영구 결번시킨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다. FC 바르셀로나에서 마라도나를 영입하기 전까지 나폴리는 중위권을 맴돌며 고전하고 있었다. 마라도나는 화려한 개인기와 득점력을 과시하며 단 3년 만에 나폴리에 역사상 첫 스쿠데토를 안기는 업적을 이뤘다.

마라도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년 후 지금의 UEFA 유로파리그 격인 UEFA컵, 그리고 이듬 해 다시 한 번 세리에A 우승을 이끌었다. 나폴리에 머물던 7년 간 총 115골을 득점하였는데, 이 기록은 지금까지 클럽 최다 골 1위에 해당한다. 1990년 FIFA 월드컵 이후 코카인 흡입으로 적발되어 팀을 떠났지만, 나폴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라도나에 대한 팬들의 존경과 애정은 여전하다.

등번호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두는 축구 종목에서 특정 등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는 각각 첼시와 AS로마에서 뛰었던 존 테리, 프란체스코 토티의 영구결번이 유력하다. 앞으로 또 어떤 선수가 이들에 이어 영구 결번의 영예를 누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영준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dudwns5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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