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LPGA 호령하는 태극 낭자들의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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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무대 휩쓴 ‘코리아 군단’

박성현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뛰어든 박성현(24)은 ‘슈퍼 루키’로 불리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다.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과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에서 2승을 챙긴 박성현은 24일 현재 여자골프 세계 랭킹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다승왕(7승)에 올랐던 그는 국내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LPGA투어에서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전인지

박성현은 이미 올 시즌 신인왕을 굳힌 상태다. 신인왕 포인트에서는 박성현은 1333포인트를 기록해 2위 에인절 인(미국·559포인트)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는 상금 순위(191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도 1위에 올라 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박세리(40·은퇴)를 시작으로 지난해 전인지(23)까지 10명의 한국 선수가 시즌 최고 신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0) 등을 포함하면 같은 기간 동안 12명의 한국(계) 선수가 신인왕을 수상했다.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소연(27)은 2012년에 이 상을 받았다.

LPGA투어를 주름 잡는 신인들을 쏟아내며 장기 집권 태세를 갖춘 ‘코리아 군단’을 최강으로 이끈 배경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에 걸쳐 선수들의 기량을 꾸준히 성장시킨 국내 여자 골프 시스템이 있다. 박성현과 유소연, 전인지 등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시스템은 한국 여자 골프의 ‘산파’ 역할을 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해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에 큰 무대에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경기 등 규모가 큰 국제 대회뿐만 아니라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호주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실시하는데 한 달 동안 4개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연간 합숙 훈련 기간만도 7∼9개월에 이른다. 별 따기에 비유되는 태극마크를 달게 된 여자 골프 대표 선수들은 여자 양궁이나 쇼트트랙처럼 국제무대에서 효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국제 대회 상위권 성적을 거둘 경우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프로 전향 시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스폰서 계약도 가능하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여자 골프에 우수한 신체 조건이나 자질을 지닌 스포츠 꿈나무가 몰리는 이유다.
유소연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KLPGA투어에서의 혹독한 경쟁을 통해 기량이 성장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난도 높은 코스 세팅 등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국내 대회의 그린 빠르기와 러프 상태 등은 세계 어느 투어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미국투어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면 우승하기가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3승을 챙긴 김인경(29)은 “LPGA투어에 수준급 한국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선의의 경쟁 속에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국(계) 선수들은 에비앙챔피언십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올해 ANA 인스피레이션(유소연), US여자오픈(박성현), 브리티시여자오픈(김인경),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대니얼 강)에서 한국(계) 선수들이 정상에 올랐다. 에비앙챔피언십 우승 실패로 ‘코리아 슬램’ 달성은 무산됐지만 한국 선수들은 탄탄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LPGA투어 최다승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들은 13승을 기록 중이다. LPGA투어의 남은 대회는 7개인데 이 중 대부분이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 온 아시아(한국, 일본 등)에서 열린다. 이에 따라 2015년에 세운 한 시즌 최다승(15승)을 뛰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등 지난해 한국 선수들을 위협했던 강자들이 올 시즌 부진한 데다 대형 미국 선수들이 사라진 것도 한국 선수들의 독주를 부추기고 있다. ‘대형 신인’을 꾸준히 배출하며 LPGA투어 필드를 점령한 태극기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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