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4·KIA), 김재환(30·두산), 이대호(35·롯데), 김태균(35·한화)의 공통점은 팀의 4번타자라는 점이다. 4번 타자는 팀 타선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뽐낸다.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누상에 있는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4번 타자가 타점 기회를 잡으면 팬들의 기대치는 그만큼 올라간다. 투수 입장에선 4번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럽지만,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한다. 투수의 4번 타자 상대 성적은 팀에서 가장 강하다는 인식을 주는 타자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 보여준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LG 차우찬, 진정한 4번 타자 킬러
올 시즌 리그 최고의 4번 타자 킬러는 LG 차우찬(30)이다. 올 시즌 17일까지 21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 5패, 방어율 3.12(135.2이닝 47자책점)를 기록했는데, 특히 4번 타자를 상대로 대단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4번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17(60타수 13안타)로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가운데 가장 낮고, 피출루율은 0.242로 3할이 되지 않는다. 이들 20명 가운데 피출루율 3할 미만인 투수는 차우찬이 유일하다. 피OPS(출루율+장타율)도 0.692로 돈 로치(0.685·kt)에 이어 2번째로 낮다. 삼진 18개를 잡아내며 4사구 허용은 단 2개뿐이었고, 장타도 단 6개(4홈런·2루타 2개)만 내줬다. 득점권에서 피안타율 0.158(114타수 18안타), 30삼진·6볼넷의 강력한 면모를 뽐낸 것도 4번 타자 상대 성적과 궤를 같이한다.
● 리그 대표 4번 타자들도 ‘추풍낙엽’
리그를 대표하는 4번 타자들도 차우찬을 상대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형우는 6타수 1안타(타율 0.167), 이대호는 9타수 2안타(0.222)에 그쳤고, 표본은 작지만 김재환(3타수 1안타·0.333)과 김태균(3타수 무안타)을 상대로도 잘 버텼다. 이들 4명을 상대로 피안타율이 0.190(21타수 4안타)에 불과하다. 삼성 다린 러프는 차우찬을 상대로 홈런 1개를 뽑아냈지만, 14타수 1안타로 타율은 0.071에 그쳤다. 투수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 차우찬과 대조되는 박종훈의 4번 타자 공포증
차우찬과 가장 대조되는 기록을 찍은 투수는 SK 잠수함 박종훈(26)이다. 올 시즌 4번타자 상대 피OPS(1.096)와 피출루율(0.492)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높다. 피안타율(0.354·48타수17안타) 또한 팻 딘(KIA·0.370)과 헨리 소사(LG·0.362)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삼진(6개)과 볼넷(10개) 비율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4번 타자 상대 성적이 시즌 성적과 꼭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종훈은 올 시즌 22경기에선 9승 7패, 방어율 4.49(116.1이닝 58자책점)를 기록하며 꾸준히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켰고, 데뷔 첫 10승도 눈앞에 두고 있다. 상위타순(1~2번)을 잘 막아낸 덕분에(피안타율 0.179) 4번타자에게 많이 맞은 데미지를 최소화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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