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우천취소가 정규시즌에 미치는 영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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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 취소는 정규시즌의 중대 변수다. 비가 내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우천 취소는 정규시즌의 중대 변수다. 비가 내릴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수원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야구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풍작을 기대하는 농부들만큼이나 기상예보에 민감하다. 언제 어디서 내릴지 모르는 비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는 초여름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타들어가는 땅 만큼이나 그라운드의 선수들도 메말라갔다. 매년 장마철 종종 찾아오는 우천순연은 선수들에게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유독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야속한 비는 타이밍마저 맞추지 못했다. 빡빡한 2연전 일정이 시작됨과 동시에 전국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여러 구장의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9월에 편성될 재편성 일정이 늘어났다. 이는 곧 선수들이 리그 막바지에 홈과 원정을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人力)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하늘의 변수. 우천취소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야구의 변수 중에서 가장 예측이 어려운 것이 바로 ‘비’입니다. 144경기나 되는 장기 레이스 속에서 비는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요?

A : 절대 무시 할 수 없죠. 올해는 드문 경우라고 말하고 싶네요. 전반기에 우천취소가 너무 적었어요. 선수들이 8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쉴 틈이 없었습니다. 사실 무더위 때는 한번씩 내리는 비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을 주죠. 체력적인 면에서 회복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또 경기가 너무 많이 취소되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요. 경기 감각적인 면에서 문제가 오죠. 정규시즌 막바지에 다가오는 재편성 일정은 장기레이스 속 가장 큰 변수에요. 2009년 KIA 감독을 맡고 있을 때가 생각나네요. 당시 SK가 재편성 일정에서 거의 전승을 거뒀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19경기에서 모두 다 이겼을 겁니다.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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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비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포지션은 역시 투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A : 여러 변수에 노출돼 있는 건 맞죠. 경기 도중 비가 와서 경기 진행이 지연된다거나 아니면 당일 폭우로 인해 등판 자체가 아예 취소될 수도 있죠. 재편성 일정을 소화할 때도 역시 영향을 받아요. 예를 들면 우천취소가 타 팀에 비해 적은 팀은 재편성 일정이 많지 않습니다. 한주에 띄엄띄엄 경기를 소화하게 되죠. 1~3선발 3명만 가지고도 한주를 막을 수 있는 겁니다. 4~5선발은 상황에 따라 불펜 역할도 맡을 수 있어요.

Q : 지난해부터 문을 연 고척스카이돔은 우천순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구장이죠. 단 1개뿐이지만 돔구장이 있고 없고는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네요.

A : 물론입니다. ‘100%’라는 계산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코칭스태프에게 큰 도움이 되죠. 고척돔 일정은 비 소식과 상관없이 무조건 진행할 수 있잖아요? 이는 그 경기의 앞뒤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꾸준히 경기를 할 수 있는 구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리그에 미치는 영향은 크죠.

Q : 우천취소가 예상되는 날에는 평소와 준비과정이 달라 질수도 있나요?

A : 큰 변화는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되는 거죠. 선수들은 항상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야구장에 나와야 해요. 비로 인한 경기 진행여부는 경기 시간에 맞춰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오늘 경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자체가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베테랑 선수들은 그런 점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지만, 젊은 선수들은 어려울 수 있어요. 언제든 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가정해서 경기 준비를 해야 합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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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천취소는 최대한 없는 게 팀의 정규시즌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나요?

A : 일단 경기는 정상적으로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일정이 뒤로 많이 밀리면 리그 막바지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일주일에 쉴 틈 없이 경기를 계속 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뭔지 아세요? 경쟁팀 중 그런 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일정을 이미 많이 소화한 팀은 상대적으로 막바지 일정에 여유가 있죠. 아까 말했듯이 강한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어요. 치열한 중위권 다툼 속에서 상대 1~2선발을 만난다? 누가 유리한지는 뻔하죠.

Q : 선수들이 우천상황을 대비해 특별히 준비할 게 있을까요?

A : 이 얘기는 꼭 선수들에게 하고 싶네요. 프로는 몸이 자산입니다. 부상은 가장 피해야 하는 변수죠.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보통 대기가 습하기 마련이죠. 선수들 몸이 무겁고,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이럴 때는 보통 땀을 많이 빼 몸을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평소와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요. 특히 요즘 같이 날씨가 오락가락한 날은 정말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몸 관리를 잘 해서 팬들에게 자신의 최고 기량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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