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민재 “전북 훈련 8할은 연습경기…국가대표 FW 막다보니 실력 늘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8일 05시 45분


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는 최근 가장 뜨거운 선수다. 소속팀 활약을 발판삼아 신태용호에 승선한 슈퍼 루키다. 김민재가 6월 25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전북현대
전북 현대 수비수 김민재는 최근 가장 뜨거운 선수다. 소속팀 활약을 발판삼아 신태용호에 승선한 슈퍼 루키다. 김민재가 6월 25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전북현대
대표팀에서 마음 비우고 팀플레이에 최선
K리그선 영 플레이어상·원 클럽 맨 도전


8월 14일 이른 아침부터 그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친지, 지인들의 축하전화였다. 굳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전화를 다 받으면서 “잘하겠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날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은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치러질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10차전에 나설 태극전사 26인을 공개했다.

이 중 수비(DF) 부문에 8명이 승선했는데, 김민재(21·전북현대)도 포함돼 있었다. 생애 첫 국가대표팀 승선. 사실 그에게 태극마크는 결코 가깝지 않았다. 2014년 8월, 20세 이하(U-20) 대표팀으로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했고 2016년 3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준비한 U-23 대표팀에 잠시 승선해본 것이 대표팀 관련 기억의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베테랑들이 중용되고 좀처럼 새내기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까닭에 신예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최강 전북에서 김민재는 든든한 후방 지킴이로 자리를 굳혔다. 어쩔 수 없는 로테이션 상황이 아니라면 전북 최강희(58) 감독은 가장 먼저 김민재의 이름을 출전 엔트리 알림용 화이트보드에 적는다.

7월 초 부임 직후부터 꾸준히 K리그 현장을 찾았고, 특히 전북 경기를 꼼꼼히 챙겨본 신태용 감독은 “김민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말 영리하다”고 칭찬했고, 8월 21일 대표팀 캠프가 열릴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불러들였다.

김민재는 8월 17일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국가대표를 딱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신태용) 감독님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소식이 들리면 좀더 욕심을 내긴 했다”며 활짝 웃었다.

전북 김민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김민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생애 첫 대표팀 승선이다.

“굳이 신경 쓰려고 하지 않았다. 최대한 팀플레이에 집중하며 차분히 기회를 기다리는 정도? 물론 완전히 마음은 비울 수 없더라. 언론을 통해 신태용 감독님께서 우리 경기를 보러 오신다고 예고하면 뭔가 더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생기긴 했다. 나도 사람 아닌가.”

-실력이 남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이곳(전북)에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소속 선수가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린 팀 훈련 8할이 연습경기다. 선수 숫자, 그라운드 넓이만 조금씩 바뀔 뿐 프로그램 대부분이 자체게임이다. 국가대표 공격수(이동국, 김신욱)들을 막아야 하는데 실력이 멈출 새가 있겠나. 갓 합류했을 때는 많이 긴장했고, 공만 따라다녔는데 지금은 경기를 읽는 감각이 생겼다.”

최강희 감독은 김민재를 신인 시절의 이재성(25)과 비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남다른 지능과 센스를 갖췄다고 했다. 자신만의 특별한 감각이 있으면 발전도 빠르다는 의미였다. 특히 머리를 들고 하는 플레이에 푹 빠졌단다. “간혹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할 때가 있다. 프로 입단 이전의 습관이다. 대부분의 어린 수비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열심히 공만 따라다닌다. 선수는 놓친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민재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부터 ‘헤드-업(고개 들어)’을 외칠 필요가 없었다.”

-경기를 읽는 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90분 내내 상황이 바뀐다. 분 단위, 초 단위로 흐름이 변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볼을 언제 어떻게 잘라내야 할지, 언제 볼을 가진 선수에 접근해 부딪혀야할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사실 (최강희) 감독님이 볼을 쉽게 잘라내는 수비수를 선호하시긴 한다. 스타일이 맞았다. 운이 좋은 거다. 경험치가 늘어나면서 스스로 판단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진다. 지금은 빌드-업도 비교적 편하게 하고 있다.”

-어린 선수가 전북에서 생존하는 건 쉽지 않은데.

“입단했을 때는 그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자는 생각만 했다. 아니, 1경기만 뛰자는 생각? (전북 호출은 신인들에 곧 죽음이 아닌가?) 아니다. 난 행복했다. 한국 최고의 팀에서 콜 업 해줬는데 영광스럽지….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제대로 부딪히자고 뛰었는데 이를 좋게 봐주시더라.”

-포지션 경쟁이 쉽지 않았을 텐데.

“선배들이 워낙 쟁쟁하다. 모두에게 배우고 또 배운다. 이재성(88년생) 형은 경기를 읽는 눈이 우수하다. (임)종은 형님은 빌드-업을 워낙 잘하고, (조)성환 형은 파이터 기질이 강하다. 다른 팀에선 너무 거칠다고 하는데, 나쁘지 않다고 본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법이다.”

전북 김민재. 사진제공|전북현대
전북 김민재. 사진제공|전북현대

-개인훈련도 많다고 하더라.

“웨이트 트레이닝을 습관처럼 한다. 특히 하체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의 습관이다. 몸을 불리려고 시작한 것이 몸에 굳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근육도 풀어주고 맛있는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신인으로, 또 프로선수로의 꿈이 있나.

“올해 ‘영 플레이어상’에 도전하고 싶다. 프로 전체로 봐선 전북의 원 클럽 맨으로 남고 싶다. 언젠가‘K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수비수’라는 평가도 얻고 싶다. 공격 포인트(현재 1골)는 딱히 욕심이 없다. 나만의 역할이 있다. 잘 막아주고 뒷문을 열심히 틀어막으면 전방 공격수들이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겠나. 기복 없이 꾸준하게 적정 수준 이상의 플레이를 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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