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Tracker] ‘어메이징’ 다저스의 경이로운 질주, 원동력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17일 05시 30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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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가 또 이겼다. 16일(한국시간)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6-1로 제압했다. 이날까지 84승34패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여유 있게 1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한 7할대 승률(0.712)의 팀이기도 하다. 산술적으로는 115승(47패)이 가능하다. 2001년 시애틀이 작성한 162게임 체제의 정규시즌 최고 기록인 116승46패, 승률 0.716을 넘어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울러 올 시즌 다저스를 움직이고 있는 힘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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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저스의 폭풍 질주

다저스는 6일 뉴욕 메츠전 7-4 승리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 하나를 세웠다. 6월 8일 안방에서 워싱턴을 2-1로 꺾은 이후 50경기에서 43승7패를 거뒀다. 1912년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50경기라는 특정기간 동안 43승7패를 찍은 이후 105년 만에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다저스는 43승을 쓸어 담는 동안 10연승, 11연승, 9연승을 한 차례씩 기록했다. 또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7월 한 달에만 무려 20승(3패)을 챙겼다.

당연한 결과지만, 다저스의 지구 1위 자리도 한층 굳건해졌다. 7월 1일 다저스(54승28패)는 지구 2위 애리조나(50승31패)에 3.5경기차로 앞서있었다. 그로부터 한 달 보름이 지난 16일 현재 그 간격은 무려 18.5경기차로 확대됐다. 이제 다저스의 지구 우승까지는 매직넘버 26이 남았다. 8월 말부터 일찌감치 카운트다운에 돌입할 태세다.

이외에도 올 시즌 다저스가 만든 기록은 무수하다. 그 중 선발진과 불펜을 포함한 철벽 마운드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 하나가 유독 눈길을 끈다. 3일 애틀랜타전 3-5 패배로 끊기기 전까지 ‘리드 시 53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중 어떤 시점에서든 한 번 리드를 잡으면 끝까지 유지했다. 메이저리그 최장기록이다.

켄리 젠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켄리 젠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원 팀’으로 상승작용

다저스는 2013년에도 50경기 동안 42승8패를 거둔 바 있다. 팀 역대 최고기록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이를 넘어섰다.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제패에 대한 기대감 또한 갈수록 부풀고 있다. 2013년의 질주도 대단했지만, 올해는 더욱 놀랍다. 다저스 마무리투수 켄리 잰센(5승32세이브·방어율 1.20)은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그 역시 최근 다저스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2013년과 2014년에도) 우리 모두는 스스로 재능이 있음을 인식했다. 모두가 슈퍼스타가 되기를 원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했다. 지금도 우리 스스로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하나로 뭉쳐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가족이다. 결코 한 개인이 아니다.”

네드 콜레티 전 단장이 이끌던 시절 다저스에는 지금보다 스타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맷 켐프(애틀랜타)도, 잭 그레인키(애리조나)도, 칼 크로퍼드(방출)도 지금은 없다. 다저스를 대표하던 미남 스타 안드레 이디어는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존재감이 크게 약해졌다. 그 사이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이 취임했고, 슈퍼스타들의 빈자리에는 신예들이 들어섰다. 그럼에도 더 탄탄해졌다. 잰센의 말에서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알렉스 우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알렉스 우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화수분’으로 변신한 선수층

다저스는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라있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5승2패·방어율 2.04) 없이 치른 경기에서도 65승32패(승률 0.670)를 거뒀다. 커쇼가 등판한 21경기에선 19승2패다. 커쇼가 7월 24일 애틀랜타전을 끝으로 빠진 뒤로만 좁혀도 16승3패다. 이쯤 되면 커쇼의 빈자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커쇼 없이 162경기를 치른다고 가정하면 109승53패다. 알렉스 우드(14승1패·2.30), 마에다 겐타(11승4패·3.76), 리치 힐(8승4패·3.44), 류현진(4승6패·3.63)과 다저스로 이적해온 뒤에만 2승을 챙긴 다르빗슈 유(8승9패·3.81) 등 선발진이 쟁쟁하다. 손가락 물집으로 역시 DL에 등재돼 있는 브랜든 매카시(6승4패·3.84)까지 가세하면 ‘교통정리’가 더 중요할 정도다.

신인왕을 예약한 1루수 코디 벨린저의 눈부신 활약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벨린저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4월 26일 이후 다저스는 무려 78승23패(승률 0.772)를 거뒀다. 벨린저는 98경기에서 타율 0.275, 34홈런, 79타점을 올리고 있다. NL 홈런 2위다. 팀 내에선 홈런, 타점 모두 1위다. 올 시즌 특이하게도 DL을 전전하고 있는 간판타자 아드리안 곤살레스(49경기·타율 0.255·1홈런·23타점)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다저스에는 복덩어리가 따로 없다.

비단 벨린저뿐만이 아니다. 주전 좌익수로 나서고 있는 크리스 테일러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100경기에서 타율 0.306, 17홈런, 56타점, 68득점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해묵은 리드오프 고민을 단숨에 덜어줬다. 2017시즌 다저스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되는 집안’이다.

코디 벨린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코디 벨린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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