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불운에 눈물…‘고독한 에이스’ kt 피어밴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9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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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피어밴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t 피어밴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에이스’란 칭호는 모든 투수들에게 최대 찬사로 통한다. 그러나 그 앞에 ‘고독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팀의 마운드를 홀로 책임져야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고독한 에이스’를 꼽는다면 kt 라이언 피어밴드(32)를 들 수 있다. 2015년 한국무대에 입성해 지난 시즌 도중 kt 유니폼을 입은 피어밴드는 올해 환골탈태했다. 너클볼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앞세워 단연 돋보이는 투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개막 3연승으로 신바람을 탔지만, 갖은 부침 끝에 한 달 가까이 승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발목을 잡는 요소는 다름 아닌 불운이다. 아무리 잘 던져도 동료들의 도움이 없다면 승리는 불가능한 법. 피어밴드 역시 이와 같은 문제로 미소를 잃은 지 오래다. 우선 수비에서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14차례 등판에서 실점이 자책점보다 높은 경기는 무려 5번이다. 다시 말해 수비 실수가 섞이며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갔다는 뜻이다.

27일 경기는 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4회까지 5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던 피어밴드는 5회 위기를 맞았다. 정근우에게 1점홈런을 내준 뒤 연속 3안타를 맞고 2사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성열이 2루 땅볼을 때렸고, 타구는 2루수 박경수를 향해 굴렀다. 그런데 박경수가 공을 놓쳤고, 결국 3루주자와 2루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승기가 한화로 넘어가버렸다. 결국 피어밴드는 시즌 6패(7승)째를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타선 지원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피어밴드는 이달 3일 사직 롯데전 마지막 승리 이후 4경기에서 총 12득점을 받았다. 타선 도움이 게임당 평균 3득점에 그친다. 수비 실책과 타선 침체가 차례로 겹치니 피어밴드로서도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 직전까지 피어밴드의 임무는 ‘2선발’이었다. 그러나 1선발 돈 로치가 팔꿈치 염증으로 재차 자리를 비우면서 피어밴드는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떠맡았다. 설상가상으로 팀 마운드가 어려움을 겪으며 짐의 무게는 수 배 이상이 됐다. 이러한 부담감 때문인지 피어밴드는 경기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장면까지 드러내고 있다. 멀고도 험한 에이스의 길. 당분간 피어밴드가 밟아 나가야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청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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