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민 “평창선 태극마크 달고 달릴거예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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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귀화 신청 노르딕스키 원유민

이달 초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원유민이 태극기를 두른 채 웃고 있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이달 초 강원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 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원유민이 태극기를 두른 채 웃고 있다.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아직 300일도 넘게 남았잖아요. 도전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꼭 평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뛸 겁니다.”

장애인체육이 최초의 특별귀화 선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등의 종목에 특별귀화 선수가 여럿 나왔다. 올림픽이 끝나고 개막하는 패럴림픽에서도 특별귀화 선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캐나다 국적의 원유민(29)이 그 주인공이다.

원유민은 네 살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모님은 원유민이 열두 살 때 장애인 복지 환경이 좋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휠체어를 타는 큰아들이 친구들에게 소외당하는 것도 이민을 결심한 이유였다.

‘생활체육의 천국’ 캐나다에서 원유민은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다. 타고난 운동신경에 승부 근성까지 갖춘 그는 휠체어농구에서 두각을 보였다. 미국의 명문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운동은 취미로만 하라”는 부모님의 얘기를 거스른 채 ‘직업 선수’로 나섰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에는 캐나다 휠체어농구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코트의 사령관’으로 통하는 포인트 가드가 그의 포지션이다.

캐나다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당 등을 받았지만 원유민은 고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을 꿈꿨다. 캐나다 대표로 나갈 수도 있지만 한국인으로 출전하고 싶었다. 부모님도 이번에는 아들을 응원했다.

원유민은 올해 초 한국으로 왔다. 제주도 장애인체육회 휠체어농구팀에서 활동하며 자신에게 맞는 겨울 종목을 알아봤다. 체력, 지구력, 순간 스피드를 모두 갖춘 그에게는 ‘눈 위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노르딕스키가 제격이었다. 그는 2월에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12명과 겨뤄 은메달을 땄다. 제주도가 겨울체육대회에서 얻은 첫 메달이었다. 원유민은 “한국 대표가 되면 캐나다 대표로는 뛸 수 없다. 당장 3만 달러 정도의 수당부터 받지 못한다. 그래도 꼭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노르딕스키협회 추천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로 법무부에 특별귀화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르면 4월에 첫 장애인 특별귀화 선수가 탄생할 수 있다. 평창에서는 노르딕스키에 출전하지만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는 휠체어농구 선수로 활약할 수도 있다. 워낙 운동 재능이 탁월해 놓치기 아까운 선수”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장애인체육#특별귀화 선수#노르딕스키#원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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