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력 없는 점유율 축구…‘플랜B’도 없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9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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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가운데)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도중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상암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손흥민(가운데)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 도중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상암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시리아전 Q&A

패스미스 잦아 공격 흐름 자주 끊겨
시리아 투지에 세컨드 볼 8할은 뺏겨
공격도,수비도 묘수 없이 숫자싸움만

통산 10번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는 한국축구가 시리아와의 통산 8번째 대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은 “시리아는 6경기에서 2득점만 하고도 승점 8을 챙겼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역시나 경기 내용은 무척 불만스러웠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아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차전은 줄곧 살얼음판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한국 40위·시리아 95위)은 전혀 무의미했다. 닷새 전(23일)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한국이나, 이날 승점 3점을 챙기면 2위 도약이 가능했던 시리아나 모두 절실했다. 시리아전을 문답 형식으로 되돌아본다.

Q=선발 라인업에 소폭의 변화를 줬다.

A=경질 위기에 내몰린 슈틸리케 감독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중국 원정에서 답답함을 안겨준 최전방과 후방의 일부 멤버를 바꿨다.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 원톱으로 윙 포워드 손흥민(25·토트넘)과 호흡을 맞췄고, 최철순(30·전북현대)이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다. 포메이션도 바꿨다. 4-2-3-1 대신 4-1-4-1로 전환해 중원 장악을 꾀했다. 수비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만한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Q=무의미한 ‘점유율 축구’는 해소됐나?

A=중국전의 최대 논란은 비효율적 플레이였다. 경기는 주도했고, 볼도 많이 간수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 잦은 횡패스와 백패스로 답답함만 안겼다. 시리아전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반 4분 홍정호(28·장쑤)의 선제골이 나왔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졌다. 의욕에 비해 소득이 없었다. 전방 지역에서 패스 미스가 너무 많아 흐름이 계속 끊겼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가졌다. 한국 남태희가 시리아 수비수의 태클을 피해 공격하고 있다 있다. 상암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가졌다. 한국 남태희가 시리아 수비수의 태클을 피해 공격하고 있다 있다. 상암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Q=시리아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A=작은 실수가 큰 위기로 이어지는 법이다. 축구의 진리다. 위험지역에서 볼이 끊기면 어김없이 위기를 맞았다. 이른 시간에 뽑은 선제골이 시리아 특유의 ‘침대축구’를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오히려 다른 패턴의 축구를 맞이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선수비·후역습’을 버린 채 과감히 올라오는 시리아에 애를 먹었다. 저돌적인 몸싸움을 걸어오면 우리는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 첫 터치 이후의 세컨드 볼은 8할이 시리아의 차지였다. 기민함과 번뜩임은 없었어도 시리아의 투지는 놀라웠다.

Q=플랜B는 존재하는가?

A=단순히 선수와 포메이션을 바꾼다고, 포지션을 조정한다고 꼭 좋은 경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능한 지도자는 임기응변도 뛰어나야 한다.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집스레 첫 패턴을 고수하려 했다. 공격도, 수비도 숫자싸움만 할 뿐 상대의 허를 찌르는 뾰족한 ‘수’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사실상의 유일한 변화는 후반 한국영(27·알 가라파)을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파트너로 투입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늘리는 ‘잠금 모드’로 전환한 정도였다. 지금 대표팀에 플랜B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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