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기 심판위원장이 말하는 ‘S존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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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3월 17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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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풍기 심판위원장. 스포츠동아DB
김풍기 심판위원장. 스포츠동아DB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최근 수년간 조금씩 좁아졌다. 위축됐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취임 후 ‘스트라이크존의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고, 심판들과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을 두고,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는 KBO리그의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WBC,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존보다 좁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 KBO리그 심판위원회는 WBC와 무관하게, 지난 겨울부터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준비했다.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존, 즉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투구를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됨)’을 엄격히 지키기로 했다.

그동안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좌우’에 비해 ‘상하’가 비좁아져 있었다. 특히 WBC에서 심판들의 손이 어김없이 올라왔던 높은 코스의 공에 타자들은 멍하니 서있었다. KBO리그에선 볼 판정을 받은 공들이었다.

KBO리그 심판들은 겨우내 각 구단의 캠프를 찾아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위한 훈련을 해왔다. 심판들은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있다. 각자 판정을 내리는 기준이 있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현장에선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높은 공 2~3개 정도, 낮은 공 1개 정도를 더 잡아주는 걸 느꼈다”고 평했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이에 대해 “겨울 내내 준비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1~2경기로 논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진 괜찮다. 현장에 있는 감독 얘기를 들어봐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2017 KBO리그 시범경기에 출장하는 선수들은 지난해와 견줘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화 로사리오(왼쪽)가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넥센과 시범경기에서 헛스윙을 하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7 KBO리그 시범경기에 출장하는 선수들은 지난해와 견줘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화 로사리오(왼쪽)가 1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넥센과 시범경기에서 헛스윙을 하고 있다. 대전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 위원장은 캠프에서 밝혀온 대로 “규칙이 허용하는 스트라이크존의 범위를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에 익기 위한 훈련과정”이라며 “낮은 코스는 최대치라 더 낮추긴 힘들다. 높은 쪽은 기존보다 좀더 올라간 것 같다”고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존이 위축된 데 대해선 “중계화면에 나오는 S존이 아무래도 가장 크다. 또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의 고유권한인데 말이 나오다 보니 더 위축된 것 같다”고 봤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시간을 갖고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기다려주길 바라고 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존에 손을 댈 때마다 금세 예전으로 돌아갔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1~2시즌은 지나야 정착이 될 것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우리도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판들은 현재 매 경기를 복기하면서 스트라이크존 재정립에 애를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심판들끼리 서로를 봐주면서 해나가고 있다. 경기 중이나 끝나고 나서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식으로 토의를 한다. 나뿐만 아니라, 각 팀마다 심판팀장과 고참들이 많은 얘기를 한다. 각자 경기 후엔 영상을 보면서 복기를 한다”고 말했다.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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