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점 챔피언 한국’ 목표로…우리는 김진현을 51% 믿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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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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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51% 믿는다는 건 100% 믿는다는 거야. 49% 믿는다는 건 하나도 안 믿는다는 뜻이고.” 영화 ‘넘버 3’에서 태주(한석규 역)가 한 말이다.

2015 아시안컵 축구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김승규(25·울산) 정성룡(30·수원)에 이어 한국 대표팀의 ‘넘버 3’ 골키퍼였다. 하지만 이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여태 한국에 이런(이렇게 훌륭한) 골키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극찬하는 ‘넘버 1’ 선수가 됐다. ‘늪 축구’의 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릴 때마다 어느 틈에 나타나 상황을 정리한 선수가 바로 김진현이었다. 덕분에 김진현은 쿠웨이트와 맞붙은 조별리그 2차전에 출전하지 않고도 이번 대회에서 세이브 13개(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키 192㎝인 김진현이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면서 한국은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유일한 무실점 팀이다. 만약 한국이 결승전에서도 무실점으로 승리하면 1976년 이란이 자국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우승한 뒤 39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무실점 챔피언’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대표팀은 이달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부터 무실점 6연승 행진을 하고 있는데 1990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무실점 6연승 행진을 한 이후 25년 만의 기록이다.

동국사대부고-동국대를 졸업한 김진현은 2009년 일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에 입단하며 핀란드 리그에서 뛰었던 권정혁(37·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리그에 진출한 한국 골키퍼가 됐다. 김진현은 2010년 왼쪽 무릎 연골 제거 수술을 받아 오래 걸을 수 없는 몸이다. 이 탓에 2011년 아시안컵 대표로 뽑히고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 뒤로도 A매치 2경기 출전이 국가대표 경력의 전부였다.

물론 골키퍼는 포지션 특성상 실수 한 번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게다가 김진현은 종종 어이없는 실책을 저질러 축구 팬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다. 26일 준결승전에서도 후반전 초반 골문을 비운 채 멀리 나와 축구 팬들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31일 결승전을 기다리는 한국 축구팬 모두 김진현이 마지막 경기까지 무실점 선방할 것이라고 51% 믿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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