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여성 87% “그냥 눈물… 우울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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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정신적 고통에 우울증 경험

집에 혼자 있으면 속절없이 눈물이 날 때가 많다. ‘이런 게 우울증이구나.’ 울적한 마음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늪처럼 빠져든다. 2016년 4월 결혼한 이모 씨(31)는 이듬해부터 임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검사 결과 이 씨와 남편 모두 생식기능에 문제가 없었다. 결국 ‘원인불명 난임(難姙)’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 씨는 두 차례 인공수정을 받았지만 임신에 실패했다. 이후 자주 절망감에 휩싸였다.

국내 난임 환자는 매년 20만 명이 넘는다. 초저출산 시대의 또 다른 ‘그늘’이다. 아이 낳기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누구보다 간절히 아이를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난임 환자의 87%가 이 씨처럼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15, 2016년 난임부부 지원 사업을 분석한 결과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은 각각 21만4588명, 22만1261명에 달했다. 부부가 자녀를 원해 1년간 임신을 시도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의학적으로 난임이라고 정의한다. 이 중 2015년 체외수정 시술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설문을 해보니 86.7%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우울감과 고립감을 경험했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26.7%에 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일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의 문을 연다. 이 센터에선 △난임 환자 상담과 정서적 지원 △지역사회를 위한 난임·우울증 상담 교육 및 연구를 맡는다. 최안나 센터장은 “개인 검사실과 상담실, 집단요법실을 통해 다양한 의학적, 심리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인천 대구 등 권역별로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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