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문명 발달 못한 나라일수록 단맛 범벅…한국음식 다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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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29일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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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일 각종 당류 저감 정책을 내놓으면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온라인상에선 단맛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밥도 당인데 어떻게 설탕만 위험하다고 하느냐’는 반대론자와 ‘건강보다 맛이 우선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찬성론자로 나뉘어 ‘설탕과 건강’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설전을 벌였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영양학적인 관점에서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설탕이 우리의 감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조금 더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그간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 레시피의 문제점을 꾸준하게 지적해 온 황교익 씨는 28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설탕을 ‘얼마만큼 많이 넣으니까 그것을 금지해야 된다, 줄여야 한다’는 논쟁을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아주 일면만, 한 면만 보는 것”이라면서 “(건강 문제와 별개로) 설탕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지는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음식은 만족감을 얻어야만 그만 먹게 된다”면서 “음식이라는 것은 먹을 때의 ‘즐거움’과 먹고 난 다음에 ‘포만감’이 있어야 적정한 선에서 이제는 그만 먹어야겠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데 단맛의 음식은 그렇게 하지 못 한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황 씨는 음식과 행복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지금 한국이 OECD 국가 중에 행복지수 꼴찌, 자살률 1위를 하고 있다”면서 “음식이라는 게 행복하자고 먹는 것인데 우리는 공허함만 만들어주는 음식만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일수록 단맛으로 범벅되는 일들이 (발생한다)”면서 “보통 음식문화가 발달한다는 것은 음식의 재료에 대해서 분별력을 가지고 그 재료의 맛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인데 그 재료에 대한 분별력이 없으면 대체로 그냥 많이 먹게끔 만드는 단맛으로 범벅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스트레스가 심한 나라들을 보면 당 소비량이 상당히 높은 걸 볼 수 있다”면서 “스트레스의 도피처를 단 음식으로 찾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나라는 주식인 밥부터 간식까지 거의 모든 음식이 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외의 사례를 소개하며 “유럽은 디저트 등으로 단맛을 딱 한 번 즐기고 끊는데 우리의 음식은 밥상에서 밥을 먹을 때 계속 단 음식을 먹는다”면서 “매사에 음식이 내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좀 더 섬세하게 관찰하는 게 문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 우리는 옛날에 문명이 발전했는데 요즘 퇴보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황 씨는 “음식으로 보자면 그렇다”면서 “1960, 70년대에 보이는 그런 갈비찜 레시피와 지금 대중적으로 돌고 있는 갈비찜 레시피를 대충 봐도 설탕양이 한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이어 “설탕보다 싼 단맛이라고 해서 1960년대부터 사카린이 크게 번창했다”면서 “이 때문에 단맛에 중독 됐고, 지금 한국사회가 스트레스 도피처로 단 맛을 찾게 돼 결국은 정신을 건강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황 씨는 음식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MSG는 건강에 안 좋다’는 그런 관념들이 다 희석됐음에도 방송에서는 오히려 설탕보다 MSG 쓰는 것을 더 안 보여 준다”면서 “PD,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것도 고려를 하고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단맛은 제대로 즐기는 게 중요하다”면서 “단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큰 쾌락을 주는지 가끔씩 한 번 즐겨보라”고 조언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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