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 기자의 슬기로운 아빠생활]<13> 교통사고 현장에서 1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0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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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분야를 취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자동차 사고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지금은 동아일보에 있지만 방송사인 채널A에 파견 갔을 때에는 사건팀에서 자동차 사고 영상을 수도 없이 봐야 했다. 차 사고는 정말이지, 너무 끔찍하다.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사고들이 너무 많다.

아빠들도 자동차 사고의 위험성을 아이에게 잘 교육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자동차 사고 취재를 하면서 내가 미처 몰랐던 점들과 “이렇게도 사고가 나는 구나”를 배웠던 경험을 공유해 보려 한다.


#휴게소 주차장 사고


휴게소 주차장에서 한 아이가 주차된 차량 사이로 툭 달려 나왔다. 멀리서 아빠가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아이가 주차된 차량 사이로 빠져나온 순간, 대형 트럭이 아이를 덮쳤다. 트럭 운전자는 아이를 못 봤던 것 같다. 높은 곳에서 운전하다보니 차 옆에 아이가 있는지 몰랐던 듯 하다. 실내 주차장, 집 주차장이라고 안전하겠는가?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지금도 주차장에서는 차 소리에 매우 민감하다. 아이가 주차장에서 뛰거나 장난을 치면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차 괴물’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 아이가 이해를 못해도 좋다.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주차장에서 장난치면 아빠한테 혼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도 좋다. 가급적 주차장에서는 아이를 안고 이동하려고 한다. 요즘은 차량들이 워낙 소음도 적다. 특히 전기차는 차가 오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주차장에선 차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움직인다지만 절대 안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언덕길

한 여학생이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인도가 없었던 곳이었지만 학교 입구였다. 1.5t 트럭 한 대가 언덕을 올라온다. 힘이 부족했는지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트럭이 갑자기 ‘훅~’ 하고 언덕을 오르더니 그대로 학생을 덮쳤다. 언덕길에서 빠르게 내려오는 차량은 물론 뒤에서 올라오는 차도 조심해야 했다. 차가 온다 싶으면 일단 무조건 피한다. 분명 그 운전자도 학생을 봤다.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순간적인 가속과 조작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졌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언덕을 오르기 버거워 하는 차가 많다는 걸 꼭 기억하자. 인도가 있어도 차가 온다 싶으면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인도 없는 도로

아이들과 아주머니들이 담벼락 아래를 걷고 있었다. 인도가 없는 길인데 2차선 도로였다. 정신 줄을 놓은 차 한대가 사람들을 덮쳤다. 수 명이 목숨을 잃었다. 골목길 아이를 덮치는 사고는 빈번하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인도 없는 골목길 사고라는 통계도 있다. 인도가 없는 길을 가면 정말 신경이 곤두선다. 제한속도를 안 지키는 차량이 어디 한 둘인가. 앞뒤로 그리고 멀리서 오는 차량까지 예의 주시한다. 유모차라도 끌어야 하는 경우엔 차라리 먼 길로 돌아간다.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길이 아직도 너무 많다. 언론에서 수백 번 문제를 삼아도 개선되지 않는다. “꼭 누구하나 다쳐야 정신을 차리지….”라던 어느 취재원의 일침이 떠오른다.

#횡단보도

부산 해운대 횡단보도 참사를 기억하는 분들 많을 것 같다. 멀리서 정신을 잃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은 채 차량 수십 대를 치고 결국엔 횡단보도까지 덮친 사고다. 부모들은 “빨간불에선 멈추고, 초록불에서 건너라”는 기본적인 교육만 한다.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한 교육이 필요하다. 초록불로 바뀔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아이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노란불에서 무리하게 횡단보도를 통과하려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정지하지 않고 무심코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차량이 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초록불이 켜져도 좌우로 차가 멈추는 걸 확인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고 교육을 해보자. 해운대 사고 이후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멀리서 차량이 과속 상태로 오진 않는지 까지도 확인한다. 혹시나 횡단보도 앞에서 유턴이나 좌회전을 하려고 급히 달려오는 차가 있으면, 횡단보도에 서서 그 차가 속도를 줄이는지 확인까지 한다. 음주나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달려오는 차가 있을까봐서다.

사고 취재를 하면서 무엇보다 마음 아픈 건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을 마주할 때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게 내 새끼가 다쳤을 때의 부모 마음이란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교통사고 피해자분들께는 너무 죄송스러운 글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고의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너그러이 이해를 해주시리라 생각한다. 댓글 등을 통해서라도 각자 경험한 일화를 공유하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을 공유해보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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