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donga.com

보행의 질이 도시 경쟁력?…‘보행 친화 도시’로 거듭난 도쿄
더보기

보행의 질이 도시 경쟁력?…‘보행 친화 도시’로 거듭난 도쿄

서형석기자 입력 2018-09-12 15:52수정 2018-09-12 21:32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일본 도쿄 주오구의 소공원 ‘긴자 소니파크’ 자리는 지난해까지 일본 전자업체 소니의 빌딩이 있던 곳이다.(위쪽 사진) 소니는 빌딩을 허문 자리에 올 8월 소니파크를 만들어 긴자 거리에서 보행자들이 보다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도쿄=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구글 스트리트뷰 캡쳐
올 7월 3.3㎡(1평)당 약 14억 원으로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쿄 긴자(銀座)에 작은 공원이 생겼다. ‘긴자 소니파크’다. 이곳은 지난해까지 소니의 전시장이 있었던 ‘긴자 소니빌딩’ 자리다. 주요 도로와 철도가 만나는 스키야바시(數寄屋橋) 교차로의 한 귀퉁이에 조성된 이 공원에는 세계 곳곳에서 가져온 나무를 심어 도심 속 쉼터를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반 점심시간을 맞아 긴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과 관광객들은 자연스레 이 공원을 오갔다. 이곳의 오후 12시 기준 시간당 평균 통행량이 약 4000여 명으로 서울 강남역 주변에 버금간다. 차량이 빽빽하게 들어차 답답하게 보이는 긴자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스키야바시의 보행자들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 차에서 사람으로 바뀌는 도쿄 거리의 주인

이처럼 도쿄 도심에서는 차가 사라진 자리에 보행자가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년 뒤 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가 ‘걷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다. 1964년 첫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었다면,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보행 친화 도시로서의 도쿄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소니는 긴자 소니파크 자리에 서 있던 소니빌딩(1966년 준공)을 지난해 허물었다. 새 건물을 지어 임대수익을 노리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이곳을 도심 공원으로 만들어 2020년까지 누구에게나 개방하는 ‘실험’을 선택했다. 소니 관계자는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긴자 거리 한복판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 자리에 지어질 새 소니빌딩에도 보행자가 쉽게 오갈 수 있도록 개방형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긴자 소니파크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마주치는 ‘히비야 미드타운’은 옆 도로에서 차를 없애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었다. 이 건물은 구상부터 준공까지 1조3000억 원을 들여 올 3월 개장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이다. 도쿄에서 가장 바쁜 곳인 마루노우치(丸の內)와 히비야(日比谷) 업무지구를 끼고 있어 평소에도 보행자와 차량 통행이 잦다.

과거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히비야 업무지구의 모습. 자동차들의 통행이 잦다.(위쪽 사진) 하지만 올 3월 대형 복합상업시설 ‘히비야 미드타운’ 개장과 함께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뀌면서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도쿄=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구글 스트리트뷰 캡쳐
사업 시행사인 미쓰이(三井)부동산과 도쿄도는 미드타운 옆 약 170m 길이의 이면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나무를 심었다.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게 회색 차단봉(볼라드)도 놓았다. 어른과 어린이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그려진 파란 바탕의 원형 표지판 주변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갔다. 과거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던 미드타운 앞은 대형 보행광장이 됐다. 이곳에서는 올 7월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공개 행사가 열렸다.

주요기사

같은 날 오후 도쿄역 마루노우치 출구 앞 광장에서는 사진을 찍는 관광객,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펼쳐졌다. 이곳도 얼마 전까지 철도 승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온갖 차량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도쿄도와 철도회사 JR히가시니혼(東日本)은 이곳을 6500㎡ 넓이의 보행광장으로 바꿔 지난해 11월 개방했다. 기존 5300㎡ 넓이의 역 앞 보도까지 더해 1만1800㎡의 보행자 공간이 생겼다. 도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황모 씨(28·여)는 “요즘 도쿄 곳곳에 걷기 좋은 공간이 마련되고 있어 10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도쿄역 보행광장 조성 전 모습(위쪽 사진)과 조성 후 모습. 도쿄=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구글 스트리트뷰 캡쳐


● 보행의 질이 도시 경쟁력

첫 도쿄 올림픽이 열렸던 1964년 도쿄에는 자동차 도로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슈토(首都)고속도로가 곳곳에 거미줄처럼 생겼고, 주요 거리의 차도가 넓혀졌다. 도시는 삭막해졌고, 보행자는 거리에서 밀려났다. 56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열게 된 도쿄도는 올림픽 유치 이듬해인 2014년 내놓은 ‘도쿄도 장기비전’에서 ‘안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도쿄의 매력을 향상시키는 교통’을 교통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차량이 줄어드는 대신 수도권 각지를 잇는 급행철도, 지하공간을 거미줄처럼 잇는 보행로와 연결통로를 확대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도쿄 도심 교통의 대중교통 분담율은 50%에 달한다. 보행과 자전거도 40%에 육박한다. 자가용은 10% 남짓에 그친다. 보행자와 차가 도로에서 마주칠 일이 없어지니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

지상과 지하에서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칠 일을 줄이면서 질(質)이 높아진 도쿄의 보행환경은 안전과 쾌적성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생소하지만, 이미 일본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서는 흔하다. 앞으로 보행로 확충뿐 아니라 보행의 안전과 쾌적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행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 서울도 도심 차량통행 줄이고 대중교통·보행 공간 늘린다는데… ▼


서울시는 2019년 시행을 목표로 4대문 안 도심의 차량 통행 억제를 추진하고 있다. ‘한양도성 녹색교통진흥지역’이다. 2030년까지 승용차 교통량을 지금보다 30% 줄이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등 ‘녹색교통’의 이용 공간을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녹색교통진흥지역 특별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해 3월 국토교통부가 국내 첫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한지 약 1년 반 만이다. 서울시는 자가용을 이용한 도심 진입을 막고, 이를 대중교통이 흡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대문 안 차도 넓이를 일반도로는 최대 왕복 4차로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도로는 최대 왕복 6차로로 규제할 계획이다. 차도를 줄여 남는 공간은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활용한다.

2019년부터 세종대로, 을지로, 퇴계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 보행공간을 확충한다. 예를 들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변은 차로 수를 줄이고 교통섬을 없앤 공간을 모두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내줄 방침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올해 종로~청계천~한강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망 구축도 마칠 방침이다. 실시간 차량 진·출입 관리 시스템과 유해차량의 도심 진입 차단도 내년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서울은 도쿄와 달리 대중교통을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불편하고 차량을 이용한 이동수요를 획기적으로 줄일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강남역 간 약 11㎞를 이동하려면 정체가 없어도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약 50분)이 승용차(약 30분)보다 훨씬 느리다. 반면 도쿄는 비슷한 거리인 마루노우치(丸の內) 도심에서 도쿄도청이 있는 신주쿠(新宿)까지 대중교통(광역철도 약 15분)이 승용차(약 30분)보다 훨씬 유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분당선 연장,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등의 사업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엇박자로 지지부진하다.

이 밖에 세종대로 보행공간 확충 사업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세종대로 지하도시, GTX 등이 따로따로 이뤄지면서 오히려 보행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전거 활성화는 구릉지가 많은 서울에서 효용성이 있겠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도쿄=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

부동산 HOT ISSUE

모바일 버전 보기